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는 초반 주인공들의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신인인 안재현과 연기 스타일 변신을 감행한 구혜선이 만들어 낸 결과에는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많이 올라왔다. 뱀파이어 의사 주인공 역을 맡은 안재현의 딱딱한 연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발랄한 여주인공 구혜선의 연기에 대해서는 ‘과하다’는 평가들이 잇따랐다. 낯선 장르물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는 시청률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5.2%로 시작해 6.0% 올랐었던 이 드라마는 이후 4%~5%대에 멈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핏빛 시청률’이라는 표현이 뼈아프게 들릴만하다.
비판을 수용했기 때문인지 두 배우의 연기는 1-2회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기 더 편해진 모양새다. 안재현은 조금 여유를 찾게 된 듯하며 구혜선은 한 톤 낮춘 연기로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그럼에도 두 사람 연기에 대한 호불호 차는 여전하다. 누군가는 여전히 두 사람의 연기에 불편함을 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볼만하다,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준다.
사실 연기에 대한 논란만 제외하면 ‘블러드’는 감독과 작가가 함께 했던 전작 ‘굿닥터’와 비슷한 점을 공유하는, 형제 같은 작품이다. 특수한 병원 병동을 배경으로 일반 사람들과 다른 특징을 가진 남자주인공, 그런 그와 사랑에 빠지는 전반적으로 여자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중간 중간 각양각색 환자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병원 정치도 등장한다. 디테일에 신경을 쓴 진지한 의학드라마라기보다는 병원 안 사람들의 관계를 다룬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다.

그 때문일까? ‘블러드’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를 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다뤄지는 뱀파이어 의사라는 특이한 소재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다루는 작가-연출가의 노련함에 대한 호평들이 많다. 특히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나, 단 한 명의 캐릭터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고 에피소드 안으로 촘촘하게 엮어가는 탄탄한 대본은 ‘블러드’의 장점이라 할만하다. 다만, 뱀파이어를 비롯한 특수한 소재로 만든 판타지 장르는 아직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는 정서상 낯설다는 느낌이 있어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적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블러드’가 해외에서는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주로 한류 드라마를 선보이는 미국 온라인 TV 스트리밍 사이트 피버에서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 모두 많이 본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킬미힐미’나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제친 순위다. ‘블러드’가 뱀파이어라는 장르에 익숙한 미국 시청자들에게는 일면 ‘먹히는’ 내용이라는 것, 배우들에 대한 호불호를 내려놓고 볼 때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라는 점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블러드’가 가진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결과다.
지난 10일 ‘블러드’에서는 박지상(안재현 분)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 품게 되는 유리타(구혜선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가운데 이재욱(지진희 분)은 박지상에게 계속해 접근하며 마수를 뻗었다. 조금씩 ‘케미스트리’를 발산되고 있는 박지상-유리타의 관계와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의문스러운 일들이 동시에 몰아치며 흥미를 돋웠다. 여러 이슈들로 어수선했던 초반과 달리 안정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태. 과연 이 드라마는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앞으로가 기대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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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