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KIA로 복귀한 윤석민(29)은 어떤 보직을 맡아야할까? 윤석민이 볼티모어와 결별하고 KIA로 복귀할 때부터 그의 보직은 주요 관심사였다. 선발투수로 4관왕을 따낸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신인시절부터 필승맨과 소방수로도 활약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귀국 당시 "팀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을 보직과 관련해 적용하면 선발이든 소방수이든 팀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보직도 마다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기용권을 가진 김기태 감독은 대단히 신중하다. 윤석민의 구위 파악이 먼저이고 팀 마운드 상황과 당사자의 의중까지 알아야 한다. 섣불리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민은 지난 10일 포항 원정길의 1군에 합류해 불펜투구를 했다. 42개의 볼을 던지면서 어깨를 점검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구종을 시험했다. 날렵해지고 탄탄한 몸이었고 투구밸런스도 문제 없었다. 당장 실전 마운드에 올라가도 무방할 정도여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팀의 마운드 상황은 어떠한가. 먼저 선발진 구성부터 보자.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 등 2명의 외국인, 좌완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좌완 임준섭과 임기준, 우완 임준혁이 경쟁하고 있다. 한승혁도 후보이고 재활중인 김진우와 김병현도 예비 후보이다.
만일 윤석민이 선발투수로 나선다면 6선발진까지 가동이 가능할 정도로 가용폭이 넓어진다. 5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한다면 선발진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진다. 험버-스틴슨 외인 원투펀치에 윤석민-양현종 토종 원투펀치까지 이중대를 구축할 수 있다. 선발투수진만 본다면 다른 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KIA 마운드 최대의 과제는 불펜, 그 가운데도 소방수이다. 최영필-김태영의 필승조가 나이가 많은데다 뒤에 나오는 소방수도 미지수이다. 김기태 감독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좌완 심동섭을 후보로 낙점했다. 윤석민의 복귀를 가정하지 않는 가운데 나온 시나리오였다. 윤석민이 소방수로 나선다면 심동섭이 필승조로 이동하면서 불펜의 힘도 달라진다.
결국은 윤석민이 소방수로 나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윤석민은 통산 44세이브를 기록할 만큼 소방수 경험이 풍부하다. 입단 2년째인 2006년에는 전문 소방수로 활약했다. 이후 선발투수로 변신했지만 팀 상황에 따라 소방수로 나서곤했다. 탈삼진 능력과 연투 능력 모두 갖추었다.
만일 소방수로 나선다면 A급 소방수의 기준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해야 되는 과제가 있다. KIA는 전신 해태시절인 1998년 임창용이 34세이브를 따내고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16년 동안 30세이브 투수를 단 한 명도 배출 못했다. 소방수 문제는 매년 KIA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 윤석민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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