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언프리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3.11 11: 00

인기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는 ‘언프리티 랩스타’에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면전에 대고 신랄한 비난을 쏟아내는 센 언니들의 경합장, ‘언프리티 랩스타’는 예의, 경력, 나이 따위를 모두 뒤로 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치열한 모습으로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하지만 쇼를 벗어나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여자 래퍼들은 조심스러운 매너를 엿보게 해 반전을 안기기도 했다.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자 래퍼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놓고 8인의 실력파 여자 래퍼들이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탈락한 릴샴을 제외하고 제시, 지민(AOA), 치타, 타이미, 졸리브이, 키썸, 육지담, 제이스 등이 경합 중이다. 특히 ‘언프리티 랩스타’는 출연자들이 서로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경쟁하는 구도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디스전이라는 미션에 따라 상대방의 면전에서 랩실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를 넘어 상대방을 향한 욕설과 성적 조롱 등 필터 없는 이들의 랩배틀은 보는 이에 짜릿한 쾌감과 함께, 각종 논란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
불편한 관계를 보이는 타이미와 졸리브이의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다툼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현장감을 살린 ‘언프리티 랩스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감정 표현에 솔직해 욕설도 가리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에 상정하는 등 징계가 예고될 정도. 그럼에도 이들은 시청자의 열렬한 응원을 얻고 있는데, 이는 출연자들의 열정이 또 다른 방식의 감동을 안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 10일 진행된 ‘언프리티 랩스타’의 공동 인터뷰에서는 이 같은 출연자들의 모습과 정면 대치되는 모습이 등장해 의아함을 안기기도 했다. 날선 기싸움을 보이던 이들이 사실은 두루 친하며 디스전에 마음이 아프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늘어놔 프로그램에 몰입했던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한 것. 이들은 디스전이 명분과 존중 없이 단순한 소모전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그램 안에서 보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놨다.
키썸, 릴샴과 디스전을 했던 제시는 “디스는 외국에서는 정말 싸우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시켜서 한 거다. 우리는 디스할 때 진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제작진이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랩하며 존재감을 발휘, 래퍼들을 광역 저격해 초반 분위기를 후끈 달군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키썸 또한 “디스는 태어나서 여기서 처음으로 해봤다. 하고 싶지 않다. 힙합 문화인건 알겠지만,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 번 더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고 말해 발군의 실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가 마음고생을 했던 사실을 알게 했다.
타이미와의 날선 디스전으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졸리브이는 “디스를 스포츠로 봐달라. 우리는 래퍼고 무대 위에서 디스를 한 것뿐이다”라면서 “힙합에는 다양한 부분이 있지만, 유머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인신공격이 아니라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 같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자신의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또한 새해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이며, 미운정이 들어 이전보다 편안해진 관계로 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출연진들이 급하게 매너를 차리는 모습에 당황한 것은 연출자인 한동철 국장. 그는 이들의 여린 모습에 실제 이들이 착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해 웃음을 안기며 “진짜를 보여드리고 싶어 출연자 감정선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고 있다. 있는 사실을 최대한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다. 젊은 분들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프로그램 제작 방향에 대해 설명,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배틀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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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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