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김희정PD “논란 안만들려 조심 또 조심”[인터뷰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11 14: 18

사실 ‘비정상회담’의 김희정 PD는 최근 몇 달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기미가요부터 에네스 카야까지 두 번의 굵직한 논란을 겪으면서 수 번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해야 했고 시청률이 갑자기 하락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려야 했다. 쉽지 않은, 아니 어려운 시간이었다.
JTBC ‘비정상회담’은 동시간대 예능 SBS ‘힐링캠프’와 KBS 2TV ‘안녕하세요’를 위협할 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능깡패’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비정상회담’ 이후 지상파에는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야말로 ‘비정상회담’ 돌풍이 일었다. 탄탄한 패널과 의미 있는 토론으로 구성으로 ‘웰메이드’라는 평을 받으며 앞으로의 인기가 보장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기미가요 논란과 에네스 카야 사태가 터지면서 하루아침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비정상회담’이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진정성 있는 토론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애썼고 결국 4개월 만에 다시 시청률 5%를 돌파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출연진도 MC들도 좋아해요. 35회 방송했는데 350회 한 것 같다고 해요.(웃음) 별의 별일이 다 있었고 ‘이제 다시 5%가 나오는 구나’가 아니라 ‘이제 진심이 통했나’라는 느낌이에요. 기미가요, 에네스 카야 사태 터지고 나서 많은 분들이 폐지하라고 했는데 뻔한 말이지만 프로그램으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꾸준히 밀고 나갔는데 진심이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 논란 후 상황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좋은 내용 보여드리려고 하고 편집할 때 자막도 조심하고 있어요. 시사도 여러 번 꼼꼼히 하고 자체검열도 많이 하고 있어요.”
때문에 ‘비정상회담’의 편집과정은 정말 쉽지 않다. 김희정 PD의 말을 듣기만 해도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다. 도대체 이게 일주일 만에 가능한 과정인지, 잠은 자기나 하는 건지 믿기가 힘들 만큼 복잡했다. 이러한 무리한 스케줄을 보여주듯 김희정 PD는 독감이 일주일 넘도록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었고 며칠 전에는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녹화까지 소화했다. 하지만 두 번의 논란을 겪었기에 PD와 작가 모두 매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
“제가 먼저 모든 녹화분을 보고 대략 구성을 짜요. 그런 다음 4명의 조연출들이 방송 20분 정도씩의 분량을 편집하죠. 그 후 저와 작가들, PD들이 3번의 시사를 해요. 멤버들의 말이 사실과 다를 때가 있어요. 그걸 걸러내야 하는 거죠. 그렇게 내용시사를 하고 조연출들이 수정해서 저에게 주면 제가 전체적으로 다시 편집을 해요. 다음에는 또 각자 PD들이 자막을 쓰고 자막이 들어간 버전으로 시사를 하면서 틀린 내용이 없는지 보고 민감한 말은 걸러내요. 토론 열기를 살려주되 최대한 사실과 다르지 않게 하려고 해요. 자막을 꼼꼼하게 보려고 해요. 자막 작업이 오래 걸려요.”
‘비정상회담’은 12개국 외국인 패널들이 한국 청춘들이 봉착한 현실적 문제를 토론해보는 프로그램으로,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불가피 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중요하다. 녹화 전 작가들이 G12를 만나 주제에 대해 인터뷰하고 자료조사도 한다. 김희정 PD는 세계사 책까지 읽고 있다. G12도 주제와 관련된 내용들을 조사하고 공부한다.
“작가들이 힘든 게 멤버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료조사도 해요. ‘비정상회담’이 일반 토크쇼가 아니라 확실한 내용만 담겨야 하고 잘못 생각하면 오해가 생길 것 같은 건 빼요. 그동안 했던 프로그램 중에 가장 힘든 작업이에요.(웃음) 패널들이 도와주기도 해요. 원문 자료를 조사하고 패널들의 도움을 받아 해석해요. 방송에 나갈 내용은 두세 번 확인해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진 게 있어요. 예전보다 두 배 정도 더 까다롭게 보기 시작했어요. 그다지 관심 없었던 세계사 책도 있고 자료 하나 쓰는 것도 힘들어요. 그게 스트레스이기도 하고요. 방송에서 말하는 수치는 패널들과 같이 찾고 G12가 열심히 공부해오고 진심으로 고마워요.”
‘비정상회담’이 두 번의 논란 후 이렇게까지 자리를 잡는데 더욱 어려웠던 건 프로그램의 수장인 임정아 CP가 보직 해임되면서 김희정 PD가 메인PD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야 했기 때문. 일은 두 배로 늘었지만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제작진과 출연진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임정아 선배님이 MC들, 멤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아울러주셔서 저는 오로지 편집만 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안계시니까 선배님이 해주셨던 큰 그림을 보는 것도 해야 하고 편집도 해야 하고 일이 두 배로 늘어났어요.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맞게 가는 건지. 편집하느라 저나 PD들이 집에도 못가고 부담이 커요. 그래서 작가들, PD들과 얘기를 많이 해요. 회의 아닐 때도 주제 관련 뉴스나 주제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면 링크를 보내고 이런 거 해보자고 제안도 해요. 오히려 일련의 사태 후에 제작진끼리 서로 믿고 결속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비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27일 방송이 5.410%를 기록하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이어 4개월여 만에 지난달 16일 5%를 재돌파 한 것은 물론 또 한 번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확실히 위기는 넘겼다. ‘예능깡패’임을 증명한 ‘비정상회담’, 이제 앞으로 순탄히 흘러갈 일만 남았다. 김희정 PD 또한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앞으로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무탈하게 갔으면 좋겠어요. 어떠한 논란거리도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논란거리 없도록 몇 번씩 확인하고 제작과정도 꼼꼼하게 바꿨고 무탈했으면 해요. 시청률도 지금처럼 유지만 하면 좋겠어요. 주제에 따라 시청률이 변하기도 하는데 업앤다운만 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방송도 열린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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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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