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유한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유한준도 3번에 쓰니 안정적인 3번이 되더라. 민성이도 5번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염 감독의 설명. 믿음으로 유한준을 3번으로 성장시켰듯 김민성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뒤를 잇는 5번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2년간 6번 타순에 배치됐던 김민성은 이번 시즌 5번으로 올라온다. 강정호 이적에 따른 변화다. 염경엽 감독은 유한준-박병호-김민성 순으로 클린업을 개편하고, 비니 로티노보다 장타력이 뛰어난 브래드 스나이더를 6번에 놓을 방침이다. 유격수로 뛸 때의 윤석민과 지명타자(이성열, 서동욱, 윤석민 등)는 7~8번을 오간다.

우선 외국인 타자가 6번에 있는 것이 이채롭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에 대해 “아시아 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한국 투수들의 승부 방법 등을 받아들이고 폼도 약간 수정했다. 홈런 20개 이상은 칠 것 같다. 삼진이 많은 것만 줄이고 싶다. 내 생각보다 삼진이 많을까 걱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스나이더가 6번으로 가는 것은 김민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병호가 출루율이 좋아 우리는 1, 3루 찬스가 많다. 민성이가 2년간 6번을 하면서 5번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험들을 했다. 민성이는 쉽게 아웃되지 않는다. 1, 3루에서는 맞히기만 하면 득점이 된다. 5번 타순에서 100타점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민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100타점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목표다. 기대치는 현실적으로 조정했다. “올해는 90타점만 해도 성공이다. 8~90타점을 올릴 밥상은 생길 것이다. 거기서 90타점을 해주면 민성이도 자기 기록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올라간다. 리그에 90타점을 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것이 염 감독의 의견이다.
감독의 생각대로 김민성이 한 단계 성장해 5번 타순에 안착한다면 넥센은 강정호의 공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해 넥센 타선의 대폭발엔 서건창과 박병호, 강정호의 맹활약도 있었지만 3번에 고정된 유한준의 커리어 하이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유한준이 보여줬던 놀라움을 김민성이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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