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으로 힘들었던 촬영이었지만 강한나가 이를 즐길 수 있었던 건 본인의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신하균의 도움이 컸다.
가까이서 본 신하균은 든든한 기둥이었다.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인에게 대선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경험이었다. 강한나는 신하균을 비롯해 장혁 등 선배들과 함께 한 것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특히나 신하균은 힘든 일이 많았는데도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며 “진짜 대단하세요”라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였다.
“선배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고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하고 큰 기둥에 기댈 수 있는 존재감이었어요. 장혁, 신하균 선배는 물론이고 기라성 같은 연기자 분들도 의지가 됐죠. 선배님들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만나서 해 나가는지 눈으로 보고 느끼니까 알겠더라고요. 연기력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하시고 작품에 임하는, 공동체 작업에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 가치관이 보이잖아요. 정말 멋있는 거에요(웃음). 오래하셨어도 처음인 것처럼, 그만큼 진중하면서도 마지막인 것처럼 하얗게 자신을 태우시더라고요. 저렇게 경력이 오래됐는데 저럴 수 있을까 매번 놀랐어요. 특히 신하균 선배는 힘든 일도 많았는데 얼굴 미간 한 번 안 찌푸릴 수 있을까 싶었어요. 대단하더라고요. 선배로서의 롤모델을 제게 보여줬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고 정말 좋아요(웃음).”

예상치도 못하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자신이 상업영화 쪽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전했다. 연기가 좋아 배우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연기 외에 다른 것들엔 자신이 없었다며 다소 늦은 데뷔의 이유를 설명한 강한나는 “그래도 하다 보니 재밌고 신기해요. 선입견이 깨졌죠”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상업배우로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금의 회사를 만난 이후에요. 사실 어릴 때 저는 연기자 쪽을 바라 본 적도 없고 저에게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어요. 발레리나를 동경했죠. 어느 순간 저의 한계를 직면하면서 중2 때 발레를 접고 뭘 하면 좋을까 뭘 하면 행복할까 고1 때 1년 동안 진하게 고민했어요. 그 때 어머니가 연기를 제안하셨죠. 그래서 연기 학원에 갔어요. 그때 제가 느꼈던 전율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엄청났죠. 그때의 빛이랑 느꼈던 전율, 그 때의 공기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금방 사랑에 빠졌어요. 제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이해해보는 정말 특별한 작업이었고 재밌어서 하다가 대학교 때 연기라는 것이 숭고한 작업이라는 걸 연극하면서 더 많이 깨달아서 연극에 심취해서 살았죠. 그러다가 독립영화에 매료돼서 회사 없이 연기가 좋아서 독립영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된 거죠. 상업배우로서 상업영화의 길을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강한나라는 인간이 주목받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도 못했거든요. 튀는 걸 좋아하지 않고 연기 외적인 것도 신경 써야 되잖아요. 저 그런 거 잘 못하거든요(웃음).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를 더 많이 생각해주시고 좋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꼭 그렇지만은 않겠구나 싶어서 함께 하게 됐어요. 점차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많이 깨지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더 재밌고 좋고 신기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강한나는 확고했다. 현재에 충실하자, 그리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자. “감히 어떤 배우가 되겠어요 라고 말하긴 모자라죠”라며 겸손함을 표한 강한나는 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말하며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는 듯 했다.
“미래까지 바라보고 ‘어떤 배우가 되야겠다’까진 감히 그렇게 이야기하긴 그렇고 당장의 생각은 지금 현재에 충실하자는 거예요. 선택함에 있어 책임감을 다해서 잘 해내고 싶어요. 연기를 한다는 건 하다보면 물론 기술이 쌓이겠지만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사람 대 사람의 작업이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들을 놓치지 않고 싶죠.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나이도 상관없고 모습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한도 없고 어떤 캐릭터를 맡건 제한을 두고 싶진 않아요.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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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