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호구의 사랑’ 파격? 그냥 우리 이야기인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3.11 15: 56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이 미혼모, 동성애 등 파격적인 소재를 연이어 등장시켜 시선을 끈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파격적’일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우리의 이야기만 자연스럽게 펼쳐질 뿐이다.
‘호구의 사랑’은 아기를 낳은 도희(유이 분)가 아기를 입양시키고, 다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도희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소속사 대표에게 잠적했던 기간을 갚기 위해 세배, 네배 더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기가 떠난 것을 알게 된 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호구(최우식 분)는 그런 도희의 곁에서 아기 걱정에 여념이 없는 ‘호구다운’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호구의 사랑’은 미혼모, 낙태, 콘돔, 동성애 등 각종 소재를 ‘갑을 로맨스’ 안에 녹여내 그간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민감한 소재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어 시선을 끈다. 미혼모가 된 순간부터 철저히 세상에서 숨어야 하는 도희를 통해 미혼모의 현실적인 고민과 이들의 생활을 엿보게 했던 것. 또 그가 낙태를 고민해 지방까지 내려갔다가 아기의 심장 뛰는 모습에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은 그럼에도 위대한 모성애를 그려내며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미혼모가 혼자 됐을리는 없지만 세상이 그를 ‘미혼모’로 부르는 순간 철저히 혼자가 되는 미혼모, 도희는 커다란 모자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어 지내면서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 혼자인 모습으로 애잔함을 안겼다. 아기를 낳는 고통보다 외로움이 더 힘든 도희의 고군분투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의 시선에 생각할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콘돔의 존재와 사용 이유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호구와 호경(이수경 분)의 전혀 다른 모습 또한 시청자에게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동성애 코드는 강철(임슬옹 분)로부터 심각하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소비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철은 자신이 첫사랑으로 오해한 호구를 볼 때마다 첫키스의 아찔한 기억이 떠올라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 하지만 그의 첫사랑 상대는 호경이로, 그가 이 사실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을 끈다. 성적 취향에 대해 코믹하지만 왜곡 없이 그려내고 있는 ‘호구의 사랑’은 성적 소수자, 또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로맨스 안에 풀어내는데, 밝고 경쾌한 극의 분위기를 유지해 톤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이처럼 ‘호구의 사랑’은 그간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무거운 소재를 유연하게 다루고 있어 시선을 끈다. 흔히 ‘파격적’이라고 하는 ‘호구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이는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들의 평범하고, 아픈 이야기 일 것이다. 성적 소수자가 사회에서 받는 오해의 시선, 사회적 약자의 외로움, 또 호구와 미혼모 도희의 로맨스를 ‘파격’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부터가 편협된 생각 아닐까.
jykwon@osen.co.kr
‘호구의 사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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