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라운드에서 시범경기 뛰는 게 쉬워보이나 본데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11일 사직구장. 롯데는 타선이 빈타에 허덕이며 LG에 0-2로 패했다. 경기 후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코치들은 바쁘게 코치실로 향했고, 고참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모 선수는 더그아웃 뒤에서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 눈치를 보며 장비를 챙겨 라커룸으로 향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굳은 얼굴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날 호투를 펼친 선발 브룩스 레일리에 대해 질문을 하자 "오늘 잘 던졌다"와 같이 간단한 말만 했다. 그리고는 "오늘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감독이 화가 난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투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롯데는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얻어냈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해 무득점에 그쳤다. 단순히 찬스에서 안타를 치지 못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투지를 볼 수 없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날 롯데는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김민하(중견수)-강동수(2루수)-손용석(3루수)-김대우(지명타자)-임재철(우익수)-박준서(1루수)-백민기(좌익수)-강동관(포수)-김대륙(유격수) 순이었다. 이들 중 올해 확실하게 주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앞선 경기에서 이 감독은 경기 막판 주전 선수들을 투입해 컨디션 조절을 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여줫지만 이날은 달랐다. LG가 8회초 주전 선수들을 대거 대타로 기용하며 먼저 2점을 얻었지만 롯데 벤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8회말 2사 만루 찬스 손용석 타석에서 황재균이 대타로 나올 수 있었지만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고 결과는 내야땅볼이었다. 이 감독은 "저들이 이기고 싶으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4번 김대우가 7회말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든 장면은 칭찬했다. 보통 시범경기는 선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한 무대인만큼 감독 성향에 따라서는 4번 타자가 기습번트를 대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살아 나가려면 뭐라도 해야한다. 김대우는 투지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이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한 부분은 루킹삼진이다. 이날 롯데는 12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그 가운데 루킹삼진은 3개였다. 그리고 3개 모두 6회말 공격에 집중됐다. 당시 LG는 김지용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강동관과 김대륙, 김민하 모두 루킹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들 중 강동관과 김대륙은 신인선수다. 이 감독은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선수들은 살아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춥긴 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답답한 경기였고 절실함이 부족해 보였다"고 꼬집었다.
11일 롯데가 이와 같은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른 건 의미가 있다. 주전 혹은 백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해보고,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기회를 더 주겠다는 이 감독의 복안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직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이면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다는 걸 선수들이 상기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아직 많이 얼어있다. 본인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못박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오늘처럼 감독님께서 화가 난 건 처음 본다. 대놓고 선수들에게 큰소리를 내지는 않으셨지만, 이렇게 말씀하신 건 이유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창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전장이다. 이 감독의 진노가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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