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kt 위즈 장성호(38)는 작년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2013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해 83경기에 출전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작년에는 1군 5경기에만 출전했다. 대타로만 등장, 2타수 무안타 3볼넷만 기록한 뒤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딱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장성호는 상동구장에만 머물렀다. 상동구장에서도 2군 경기는 제대로 뛰지도 못한 채 재활군에 있었다. 롯데에서는 사실상 장성호를 은퇴 자원으로 분류했다. 장성호 역시 사실상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마음을 접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장성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kt다. 과거 NC가 이호준을 영입, 전력 내외로 큰 도움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성호가 신생팀에게 경험을 더해줄 것을 기대했다. 장성호는 KIA 타이거즈 시절 은사인 조범현 감독과 묵은 감정을 털고 손을 잡았다.

장성호에게 롯데는 많은 의미가 있는 구단이다. 작년 쓸쓸하게 롯데를 떠났다가 올해 봄 유니폼을 갈아 입고 다시 사직구장에 등장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방망이로 증명했다.
장성호는 1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안타 2개 모두 장타였는데, 4회에는 사직 가운데 담장을 직접 맞히는 대형 2루타로 결승 득점의 발판을 놓았고 6회에는 좌완 이명우의 공을 밀어쳐 좌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장성호의 맹타를 등에 업은 kt는 롯데를 6-5로 잡고 시범경기 2연승을 달리며 승률 5할(2승 2패)를 맞췄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장성호가 롯데를 상대로 시범경기 첫 안타와 홈런을 연달아 날린 건 의미가 있다.
cleanupp@osen.co.kr
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