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엠넷, 힙합 레이블 설립? '슈퍼갑 탄생하나'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3.12 18: 30

엠넷이 요 몇년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잇따라 흥행시키며 힙합의 대중화에 일조했다. 힙합을 주축으로 이렇다할 음악 프로그램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이는 박수를 받을 만한 시도다. 게다가 결과는 그야말로 기대 이상.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여기까진, 분명 좋았다.
그런데 최근 엠넷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참가자들을 영입해 조만간 자체 제작에 나선다는 소문이 업계에 공공연한 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엠넷 미디어가 자체적으로 힙합 레이블을 설립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기획사 매니저들 영입이 시도됐으며,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했던 한 참가자가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어쨌든 엠넷 미디어 내부적으로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앞으로 예정된 차기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가 자사 뮤지션을 물색하기 위한 오디션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섞일 수 밖에 없다. 또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이미 일부 중소기획사에 속한 뮤지션이나 엠넷과 계약을 원치 않는 참가자)의 경우에 단순 병풍이나, 이미 짜여진 각본 속 주연을 위한 양념쯤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방송국과 유통사가 한 몸인 현 상황에서, 힙합 음반 제작까지 손을 뻗는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는 넓게 봤을 때 힙합 업계뿐 아니라 모든 음반 기획사의 숨통을 조이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엠넷은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많은 제약을 두고 있다. 방송이 되는 동안 많은 것들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한다. 물론 '스포일러를 막는다'는 구실이지만,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을 통해 제작된 음원 역시 방송국과 유통사가 과반수를 훌쩍 웃도는 수익을 챙겨간다.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5%안팎에 불과하다. 불합리한 계약조건이라도, 누가봐도 '갑'과 '을'이 명확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란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산하의 힙합 레이블까지 설립되면, 그 횡포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실상 60분 방송을 통째로 쏟아부어 확실하게 홍보된 해당 음원은 출시와 함께 각종 차트 1위를 쉬이 휩쓸고 있다. 업계에서 활동중인 기성 팀들의 경우에 이렇다할 기회조차 못 잡는 상황에서, 방송의 힙을 통해 특정한 이들만 특혜를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한 힙합 기획사 관계자는 "방송에 유통에, 제작까지 겸하는 건 분명한 거대 기업의 '갑질'이다. 아무리 냉정하게 따져봐도 이건 지나친 욕심이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엠넷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의 음악&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이다. 앞서 '슈퍼스타K'를 통해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숨은 인재 발굴에 발벗고 나섰고,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힙합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이같은 시도가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준다거나,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라는 '빛좋은' 기획의도를 앞세워 결국 이를 자기네 잇속 챙기기의 도구로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gato@osen.co.kr
엠넷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