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킬미힐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종영③]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5.03.13 06: 30

지성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킬미힐미'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1999년 데뷔 이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함께 했던 지성이었건만, '킬미힐미' 이전의 지성은 기억이 가물할 만큼 이번 작품에서의 그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배우 지성을 '킬미힐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12일은 두달동안 시청자들을 '들어다 놨다' 했던 MBC 수목극 '킬미힐미'가 종영하는 날이었다. '킬미힐미'는 예상대로 주인공 도현과 리진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았다.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전혀 뻔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킬미힐미'는 이날 '미스터X'라는 새로운 인격을 등장시키며 다시한번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안겼다. 그간 도현과 리진을 울게도 웃게도 만들었던 요나, 요섭, 나나, 페리박, 신세기는 차례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사라진다. 도현이 온전히 도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만큼 이제 대체 인격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

미스터X는 그들이 좋은 마음으로 사라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인물이었고, 인격들을 봉인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인격이었다. 아울러 이 인격은 리진의 과거와 관련있는 인격이었다. 리진은 지하실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을 구하러 올 아버지를 그리워했고, 도현은 그때의 기억을 자신의 조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것 또한 리진에 대한 배려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킬미힐미'는 마지막 인격까지 사연을 부여한 치밀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한번 소름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역시 빛났던 것은 지성의 연기였다. 두달동안 지성은 정말 7명의 인격이 자신의 속에 있는 양 연기해냈다. 도현, 신세기, 요나, 요섭, 나나, 페리박을 살아냈고, 시청자들은 지성을 통해 7명의 다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도현이 느끼고 있는 혼돈과 아픔, 슬픔을 절절히 표현해 내며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킬미힐미' 전까지 지성은 그냥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동이 되는 연기란 어떤 것인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줬고, 16년이라는 세월을 그냥 지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방송 전 캐스팅 난항으로 시청자들애게 크게 기대를 받지 못했던 '킬미힐미'.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지성을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작품이었다.
이제부터가 기대가 된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동을 안길지, 지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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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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