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고장 ‘잃어버린 14분’ 어떻게 PO에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3.13 08: 01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전광판 고장으로 경기가 14분가량 중단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창원 LG는 12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스에 74-7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1승 1패씩 나눠가진 두 팀이 고양으로 장소를 바꿔 치른 첫 경기였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였다. 이를 반영하듯 평일임에도 고양체육관에 503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그런데 3쿼터 종료와 동시에 전광판이 말썽을 부렸다. 3쿼터가 끝나면 전광판에 4쿼터 시작 전까지 2분의 휴식시간이 카운트다운 된다. 그런데 이 전광판이 1분 55초에서 멈춰버린 것. 박인규 경기감독관과 강민호, 김도명, 김귀원 심판은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그대로 4쿼터 경기를 진행했다.

4쿼터 9분 22초를 남기고 트로이 길렌워터가 2점슛을 성공했다. 그런데 오리온스의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그제야 상황을 감지한 심판은 종료 9분 10초를 남기고 경기를 중단했다. 이미 4쿼터 경기가 50초 진행된 상태였다.
전광판 고장은 농구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문제는 미숙한 대처였다. KBL 경기규칙 제 38조 경기운영책임 조항에 따르면 경기 운영에 관하여는 경기 감독관과 홈경기 관리 책임자가 책임을 진다. 경기 감독관과 심판은 경기 전 스코어보드 등 장비를 점검하고 시험할 의무가 있다. 경기장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수동 스코어보드 및 전자식 스코어보드가 항상 구비돼 있어야 한다. 스코어보드가 2개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고양체육관에는 임시 전자식 스코어보드가 하나였다. 경기가 중단돼 선수들이 슈팅연습을 할 동안 임시 스코어보드가 설치됐다. 그런데 오리온스가 공격하는 골대 쪽에서만 스코어보드를 볼 수 있었다. 김진 LG 감독은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스코어보드를 다시 반대쪽으로 옮기느라 더욱 시간이 허비됐다. 겨우 설치를 마치고 경기가 재개되자 어느덧 14분의 시간이 흘렀다. 선수들은 맥이 빠진 뒤였다.
경기 후 김진 감독은 경기 중단에 대해 “너무 흐름이 끊겼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재개되고 분위기가 오히려 넘어갔었다. 우리에게 안 좋게 작용했다. 감독이나 심판에게 항의했던 것은 우리가 어웨이 팀이고 전광판이 하나인데 홈팀만 보게 한 것은 아니다 싶었다. 어웨이 팀에게 배려해주는 것이 맞다고 봤다. 아무것도 전광판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홈팀이 시간을 보면서 경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굉장한 마이너스라 생각해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재개 후 오리온스는 길렌워터의 덩크슛이 터져 분위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도 경기지연이 자신들에게 손해라고 여겼다. 추 감독은 “영향이 없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임시전광판에는 점수만 표시됐을 뿐, 남은 시간은 나오지 않았다. 코트 위 선수들이 남은 시간을 확인할 방법은 골대 위 24초 계시기밖에 없었다. 결국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가 피해자’라는 찜찜한 뒷맛을 남긴 셈이다.
오리온스는 지난 2003년 챔프전에서 기록원의 경기시간 계시기 오작동이 승패에 영향을 미쳐 패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재경기가 선언됐지만 오리온스는 대승적 차원에서 눈물을 머금고 준우승을 받아들였다.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플레이오프서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승패에 영향을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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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전광판(위)과 임시전광판(아래) / 고양=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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