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스노보드선수 이상호(19, 한국체대, 세계랭킹42위)가 지난 12일 정오 취재진이 몰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큰 환영을 받았다.
이상호는 10일부터 중국 야불리에서 열린 2015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참가해 평행대회전(PGS)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틀 전 평행회전 부문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호가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스키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눈썰매장을 갔다가 스노보드 강습을 받은 뒤 큰 흥미를 느껴 6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다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았을 때 이상호는 이미 국가대표 후보로 꼽혔다. 어리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춰 코칭스태프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14년부터 정식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이상호는 현재 또래 선수 중 스위스의 다리오 카뷔젤(Dario Caviezel)과 러시아의 사르셈바에프 드미트리(Sarsembaev Dimitry)와 함께 세계 TOP 3로 꼽힌다.
설상종목은 주니어와 시니어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유럽권과 비유럽권 선수 간의 기량 차이가 많이 벌어져 국내에서 그렇다 할 기록이 나오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올해를 마지막으로 주니어 타이틀을 벗는 이상호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사실상 최고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에 경쟁을 할 상대가 없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입국 후 인터뷰 자리를 가진 이상호는 “이제 정말 박차고 나갈 시기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국내 선수끼리 겨루다 보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이 투어를 돌아다니려 하고 있고 다양한 외국 선수들과 투어에서 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가 평소 투어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경기 운영 수준이 높은 편이고 순위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렇게 풀시즌을 소화하며 체력소모가 커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직전에 치러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날 장비를 수리하다 손에 부상을 입어 20바늘을 꿰매고 링겔을 맞은 뒤 다음날 바로 대회로 향했다.
타 국가와 달리 한국 대표팀에는 장비를 수리해주는 전문 서비스맨이 없어 선수들이 직접 훈련이나 경기 후 직접 손을 보는데 이는 한정된 휴식시간을 주어 기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호는 크게 개의치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에 지난해 이 대회서 2위를 한지 1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지나간 일은 금방 잊는 그의 성격이 한 몫 했다.
정선 출신인 이상호는 집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유로파컵 출전을 위해 이틀 후 슬로베니아로 떠난다. 내년에도 시즌을 빼곡히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상호는 “여러 대회에 참가해 포인트를 더 쌓고 월드컵 순번을 앞당겨 출전하는 게 목표다. 다음 시즌에는 꼭 월드컵 16강에 들어 올림픽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창에서 설상 종목 첫 메달의 숙원을 풀어줄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이상호.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희망이 점점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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