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위해 하루 MLB 5경기 뛴 코미디언 페럴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5.03.13 13: 43

[OSEN=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현 특파원]13일(이하 한국시간)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간의 시범경기 캑터스리그가 열렸던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피오리아 스타디움. 0-0 동점 상황에서 다저스가 7회말 수비에 임하면서 투수를 교체했다.
윌 페럴. 다저스의 40인 로스터는 물론 초청선수 명단 심지어 마이너리거 명단에도 없는 선수였다. 페럴은 마운드에서 연습투구를 했고 샌디에이고 선두 타자 데릭 노리스를 맞았다. 노리스가 댄 번트는 정확히 페럴 앞으로 갔고 페럴은 이를 잡아 1루로 던졌다. 아웃.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타임을 부른 뒤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교체가 싫은 듯 페럴은 2루 쪽으로 몸을 뺐고 관중석에서는 “그가 해 낼 거야”라는 소리가 높았다.

결국 투수 교체는 이뤄졌고 0-0 동점에서 샌디에이고가 9회 수비에 들어갔을 때 우익수 자리에는 어느새 유니폼을 갈아 입은 페럴이 서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코미디언이자 배우이고 연출가, 작가이기도 한 윌 페럴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캑터스리그이던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페럴은 이날 캑터스리그 경기가 열리는 5개 구장을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다. 첫 구장은 애리조나 메사에 있는 호호캄 스타디움.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가 열렸다. 오클랜드의 선발 유격수로 경기에 임했던 페럴은 1회 수비를 마치자 덕아웃을 옮겼다. 이번에는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2회 수비에 임했다. 위치는 2루수였다.
페럴이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LA 에인절스와 시카고 컵스전에 열린 애리조나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이었다. 이 곳에서 페럴은 어마어마한 선수를 벤치로 불러 들였다.  바로 3회 초 LA 에인절스 수비 때 마이크 트라웃과 교체 돼 중견수로 경기에 나섰다.  1사 후 시카고 컵스 웰링턴 카스티요의 중전 안타 때는 타구를 정확히 잡아 내야로 송구했다. 중견수로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였다.
3팀째까지 수비에는 임했으면서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잡지 못했던 페럴은 시카고 컵스에 가서 드디어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시카고가 4회에만 4점을 뽑아낸 뒤 이어진 2사 2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아쉽게도 헛스윙 삼진이었다.
페럴이 3번째 등장한 경기는 애리조나 스캇데일에 있는 솔트리버 필드였다. 여기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홈경기를 펼쳤다. 페럴은 7회 애리조나의 좌익수로 교체 돼 투입됐다. 그리고 바쁜 한 이닝을 보내야 했다. 신시내티 타자들의 타구가 공교롭게도 3번이나 외야 좌측으로 날아왔다. 결과는 2루타 2개, 안타 한 개. 이미 6회까지 신시내티가 9-1로 앞서 있던 상황이기는 했지만 애리조나는 7회에 다시 3점을 내줬다. 물론 페럴이 잘못 한 부분은 없다. 2루타 하나는 완벽하게 좌중간을 가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도 뛰어난 수비수가 아니면 2루라를 허용할 수 있던 타구였다. 페럴은 8회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필드에 나설 때는 3루수로 위치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이 열렸던 카멜백렌치로 이동하기 위해서 헬리콥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페럴이 이날 이렇게 바쁘게 여러 경기장을 옮겨 다닌 것은 자선기금 모금 때문이다. 암퇴치를 위한 자선기금을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했고 메이저리그가 이를 허락했으면 HBO가 전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아울러 이날 페럴이 입었던 유니폼과 사용했던 도구들은 모두 경매에 붙여져 자선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기자들과 '올드스쿨' '앵커맨' '엘프' 등 페럴이 배우로 출연했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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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교체되는 희극 배우 윌 페럴(가운데)/피오리아(애리조나),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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