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가 시범경기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로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워낙 순조로운 페이스라 기대감이 높아진다.
탈보트는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위력을 떨치며 한화의 12-0 대승과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지난 7일 대전 LG전 4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막은 데 이어 이날은 더 좋은 투구를 했다.
물론 지금은 시범경기일 뿐이고, 두산이 주전을 모조리 제외한 백업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는 점에서 이날 탈보트 투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투구의 내용을 보면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결과보다 내용이 좋다.

가장 돋보인 것은 속구의 힘이었다. 삼성 시절 탈보트는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로 구위가 아주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삼성 타선의 도움을 받아 14승을 거두며 승률왕에 올랐지만 3.97로 특급 수준이 아니었다. 팔꿈치 통증 탓에 100% 컨디션이 아니었고, 구위로 타자를 누르는 힘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돌아온 지금 탈보트는 그때보다 훨씬 힘 있는 속구를 뿌리고 있다.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강속구를 꽂아 넣었다. 최고 148km까지 나온 탈보트의 속구 스피드는 140km대 중반을 꾸준히 찍었다. 구위가 살아있다 보니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빛을 발했다. 훨씬 더 타자를 잘 속였다.
이날 탈보트는 탈삼진 7개를 잡았는데 그 중 5개의 결정구가 체인지업이었다. 전반적으로 낮게 제구가 이뤄지다 보니 땅볼 유도도 원활했다. 뜬공 아웃은 하나도 없었고, 병살 포함 땅볼 아웃만 7개를 유도했다. 특히 4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최주환을 바깥쪽 직구로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한 게 좋았다.
5회까지 총 투구수는 72개로 스트라이크 49개, 볼 23개. 최고 148km 직구(34개) 커터(11개) 체인지업(11개) 커브(8개) 투심(5개) 슬라이더(3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졌다. 컷패스트볼의 최고 구속도 144km, 투심 패스트볼도 145km로 빠르고 힘 있었다.
경기 후 탈보트는 "언제나 승리는 기쁜 일이다. 특히 팀 연패를 끊는데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 경기는 속구 제구가 잘 돼 체인지업이 더 위력적이었고, 스트라이크 아웃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시즌이 다가오며 흥분된다. 시즌 개막에 맞춰 밸런스를 잘 조절하곘다. 정규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탈보트가 좋은 투구를 했다. 직구를 많이 던졌다. 개막에 초점을 맞춰 본인이 만들어가는 듯하다. 생각보다 볼이 빠르다. 날이 풀리면 구속이 더 나오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는 2007년 11승을 거둔 세드릭 바워스가 처음이자 마지막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였다. 그러나 13패와 평균자책점 4.15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라 재계약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시범경기에서 바짝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탈보트가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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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