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주장’ 리카르도 포웰(33)이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인천 전자랜드는 13일 오후 7시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SK를 91-88로 물리쳤다. 3연승으로 4강에 오른 전자랜드는 이제 정규시즌 2위 원주 동부와 대결을 앞두게 됐다.
해결사는 포웰이었다. 이날 포웰은 연장전에서만 8점을 쏟아내며 27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대활약했다. 벤치에 있을 때도 동료들을 독려하며 주장다운 리더십을 보였다.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장내아나운서가 포웰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명승부에 감동 받은 인천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포웰 포웰’을 연호했다. 포웰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포웰은 경기 중에도 동료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때마다 벤치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포웰은 이날 딸이 돌을 맞아 겹경사를 치렀다.
경기 후 만난 포웰은 “여기서 오랫동안 뛰었다. 우리 팀과 함께 같이 자라왔다. 차바위, 김지완 등을 처음부터 봤다”면서 팀에 대한 애정을 선보였다.
그런 포웰을 다음 시즌 전자랜드서 볼 수 없다. KBL이 외국선수제도를 전면 바꾸며 기존 선수와의 재계약을 불허했기 때문. 포웰은 “팀을 같이 만들었는데 KBL의 제도가 다 망쳐 놨다.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 KBL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지만 정말 끔찍한(terrible) 제도다. 전자랜드 이외의 팀에서 뛰는 상상을 할 수 없다”며 각별한 팀 사랑을 보였다.
올해 플레이오프를 통해 포웰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포웰의 플레이를 보고 농구팬이 됐다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 포웰은 전자랜드서 뛸 수 없다. 농구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08년 처음 한국에 온 포웰은 4시즌 째 전자랜드에서만 뛰고 있다. 인천 팬들은 포웰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인천 팬들이 좋다. 좋은 팬들이라 감동적이다.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뛴다”면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옆에서 듣던 이현호는 “내가 포웰이 다른 팀에서 못 뛰게 하겠다. 내가 막으면 포웰에게 한 골도 안 줄 자신 있다”면서 농담을 했다. 그러자 포웰은 “난 이현호를 상대로 50점은 넣을 수 있다”면서 티격태격 다퉜다. 이런 선수가 다른 팀에서 뛰는 상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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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