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28, SK)는 겨울 동안 딱 하나의 과제와 싸웠다. 바로 수비였다. 수비에 매달리며 사활을 걸었다. 그런 이명기가 특훈의 성과를 조금씩 보고 있다. 성과가 나타날수록 자신감도 쌓인다. 좋은 수비수가 탄생하는 그 과정을 이명기도 밟고 있다.
이명기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SK의 리드오프로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타격 능력은 천부적이다. 어느 코스로 공이 오든 맞힐 수 있는 좋은 스윙 궤적과 눈을 가졌다. 발도 빨라 내야수들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선수다.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을 펼친 이명기의 최종 타율은 무려 3할6푼8리였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타석당 안타수를 놓고 볼 때 경쟁할 수 있는 선수는 200안타 고지를 점령한 서건창(넥센) 정도였다.
하지만 수비는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주로 좌익수를 소화하는 이명기가 수비시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 붙박이 주전, 그리고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명기도 땀을 흘렸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훈련부터 수비 훈련에 중점을 뒀다. 이명기는 가고시마 캠프 당시 “마무리훈련 내내 수비만 연습했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나아졌을까. 가고시마 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확답을 내주지 않았던 조원우 코치의 이야기에서 발전을 엿볼 수 있다. 조 코치는 “아무래도 첫 발을 떼는 속도가 좋아졌다. 타구판단능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라면서 “아직 부족한 점도 있지만 경험이 쌓이다보면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용희 감독 또한 “이명기의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시범경기에서 그를 리드오프 및 붙박이 좌익수로 기용하고 있다.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것도 이명기였다. 8-4로 앞선 상황이지만 주자가 있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플라이 타구였다. 짧은 타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기는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었고 마지막 순간 슬라이딩으로 공을 걷어내며 더 이상의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묻자 이명기는 “예전에는 내가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잘 감이 오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계속 연습하다보니 타구판단이 조금 수월해진 것 같다”라면서 “그렇게 연습했는데 못 잡으면 억울하다”라고 씩 웃었다. 누구보다 수비 훈련을 열심히 했음을 자부하는 이명기의 이야기에서 또 한 번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타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선이다. 시범경기 초반 타격이 썩 좋지 않았던 이명기였다. 이명기는 12일 NC전을 앞두고 “타이밍이 조금 늦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지만 12일 경기에서 곧바로 2루타 2개를 때려내며 여전한 방망이를 뽐냈다. 공·수·주에서 모두 발전을 노리는 이명기가 땀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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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