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면 모든 것은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국내 선수들에 비해 좀 더 냉정한 잣대 위에 올라서는 외국인 선수는 더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SK의 올 시즌 외인 농사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력은 물론, 세 선수 사이의 팀워크도 끈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로 큰 재미를 못 봤던 SK는 올해 새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합류해 11경기에서 9승을 거둔 트래비스 밴와트(29)와 재계약한 SK는 이름값보다는 실력과 인성을 꼼꼼히 살폈다. 그 수확물이 우완 정통파 투수 메릴 켈리(27)와 우타 외야 자원인 앤드류 브라운(31)이다. 켈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직접 현장에 가 유심히 지켜본 투수다. 브라운은 김용희 감독이 육성총괄 재직 시절 내심 마음속에 찍어둔 선수였다.
그런 세 선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밴와트야 이미 능력이 검증된 투수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켈리도 11일 경기에 처음으로 나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브라운은 팀은 물론 리그 전체를 따져 봐도 가장 뜨거운 선수다. 12일 NC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정확도와 장타력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브라운에 대해서는 김경문 NC 감독조차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상대 실투를 큰 스윙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면, 브라운은 짧은 스윙에서도 홈런을 치더라. SK가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켈리도 팀 내부적에서 괜찮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일 켈리의 공을 받았던 정상호는 “일단 제구 자체가 낮게 된다. 커터가 조금씩 휘어져 들어오고 커브도 각이 크다”라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세 선수는 융화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는 모두 백인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통하는 것이 많다. 여기에 아주 통통 튀는 성격이 없다. 밴와트는 이미 지난해부터 ‘신사적인 선수’로 평판이 자자했다. 켈리는 붙임성이 뛰어나지만 때로는 진지한 면모를 보여주는 선수다. 브라운은 말 그대로 ‘젠틀맨’이다. 매사에 신중하고 예의가 바르다. 사고뭉치 유형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전지훈련 당시에도 세 선수는 조용했다. 훈련이 끝나면 주로 방에 머물렀다. 휴식일에는 한 번쯤 외출을 할 법도 한데 세 선수는 별로 그런 것이 없었다.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혹은 미국에서 공수한 게임기로 휴식 시간을 달래곤 했다. 간혹 같이 모여 기도를 하는 것이 가장 튀는 행사였다. 한 관계자는 “보통 통역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계속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세 선수는 그런 게 없었다. 훈련이 끝나면 ‘통역들도 자기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혼자 방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마음 씀씀이와 인성을 칭찬했다.
세 선수 사이의 정보공유도 활발하다. 반년 먼저 팀에 입단한 밴와트는 켈리의 한국무대 적응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상호는 “밴와트가 켈리에게 한국타자의 상대 요령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낌없이 전수하는 밴와트, 이를 받아들이는 켈리 사이에는 벌써부터 큰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다. 브라운도 한국무대 적응을 위해 국내 및 외국인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유형이다. 실력과 팀워크, SK 외국인 3인방에 대한 기대치는 괜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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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