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둘러싸인 한적한 섬의 안락하고 소박한 집에 마음 맞는 친구와 자리를 잡았다. 때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반가운 얼굴들. 지천으로 널린 재료를 구해오면 주방의 연금술사가 멋들어지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함께 배를 채우고 대화하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우리는 그렇게 몰입했다.
지난 1월 23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이 지난 13일 8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당초 1년 시즌 프로젝트로 강원도 정선 옥순봉에서 진행됐던 ‘삼시세끼’가 겨울철 휴식기를 보내는 동안 스핀오프 형식으로 제작됐던 ‘삼시세끼-어촌편’은 본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며 개국 이래 채널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만재도에서 펼쳐진 ‘삼시세끼-어촌편’은 이번엔 무엇이 잡힐지 두근두근한 설렘을 선사하는 각종 물고기와 익숙한 듯해도 쉽게 보기 힘든 자연산 홍합 등 버라이어티한 재료가 가득해 재미를 더했다. 펄떡거리며 숨 쉬는 물고기를 마주했을 때 보이는 유해진의 만개한 웃음은 최고의 리액션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했고, 유해진이 잡아온 물고기를 쓱쓱 손질하는 ‘차줌마’ 차승원의 야무진 손끝은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명제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고, 먹는 것이 반복되는 만재도 라이프는 일면 따분할 수도 있었지만, 차승원과 유해진의 브로맨스 호흡이 있어 지루할 틈 없는 시간을 선사했다. 늘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차승원에게 최고의 재료를 가져다주고 싶어 하는 유해진, 그가 먹고 싶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주고 싶은 차승원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따뜻한 ‘부부’ 호흡을 보인 것. 이들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만재도 만담 커플로, 섬소년 손호준과 함께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일반적으로 주부가 하는 일로 여겨지는 요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차승원의 신음 소리가 설명하고, 여기에 더해 요리해주는 안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매 끼니마다 되뇌이고 그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유해진의 모습은 주부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며 훈훈함을 더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단한 몸을 녹일 수 있는 방에 들어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풀어주는 반려동물 산체와 벌이까지. 만재도의 슬로우 라이프는 리얼함 속 가득한 판타지적 요소가 시청자를 완벽히 사로잡았다.
재미는 물론, 정보도 가득했다. 현재 방송가에 셰프 예능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먹방과 요리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리얼 버라이어티 버전의 차승원 요리쇼는 실제 주부들이 메모하고 볼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던 것. 차승원이 집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 만들어내는 각종 요리들은 예술적 감각까지 두루 갖춘 차승원만의 고집 있는 플레이팅으로 먹방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유해진이 잡아 올린 각종 바닷물고기 정보도 쏠쏠했다. 돌에 붙은 김을 긁어내 네모난 김으로 만드는 과정도 화제를 모으는 등, 어촌 라이프는 늘 활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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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어촌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