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자랜드가 했다. 비결은 ‘가족愛(애)’였다.
인천 전자랜드는 13일 오후 7시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SK를 91-88로 물리쳤다. 3연승을 달린 전자랜드는 4강서 원주 동부와 대결하게 됐다.
프로농구 역대 플레이오프서 6위 팀이 3위 팀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SK(37승 17패)는 전자랜드(25승 29패)에 비해 정규시즌 12승을 더 거두고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자랜드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보다 끈끈한 조직력을 발휘하는 전자랜드의 이면에는 동료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랑이 있었다. 동료가 아닌 형제로, 감독이 아닌 아버지로 여기는 유대관계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뿜어져 나왔다.
‘포주장’ 포웰은 어린 선수들을 마치 동생처럼 잘 가르쳤다. 포웰의 가르침을 받은 차바위는 3차전 3점슛 5개를 폭발시키며 대활약했다.
이현호는 “포웰이 주장 역할을 잘한다. 물론 미울 때도 있다. 경기 시작 전에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하나의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외국인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선수들과 형제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보다 우리를 더 접하고 있다”며 형제애를 비결로 꼽았다.
이날 17득점을 올린 이현호의 뒤에도 포웰이 있었다. 경기 전부터 포웰이 적극적으로 이현호를 밀어주기로 서로 패턴을 맞췄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이현호는 “상대가 포웰을 못 맡아서 존(지역방어)을 갖고 나왔다. 원래는 내가 위로 올라가서 하는데 포웰과 할 때 밑에서 하는 연습을 했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좋게 됐다. 포웰이 잘 먹여줬다”면서 공을 돌렸다.
유도훈 감독도 선수들을 자기 새끼로 여긴다. 선수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집안사정까지 모르는 것이 없다. 시즌초반 테렌스 레더가 부진할 때 믿음을 준 것도 유도훈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총각선수들의 혼처까지 손수 알아볼 정도로 애정이 넘친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부전을 앞둔 유도훈 감독은 특별한 전술보다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포웰이 강약조절을 해줄 것이다. 정영삼과 이현호가 선수들을 독려해서 잘 갈 것이다. 산으로 비유하면 8부 능선을 넘었다. 믿음을 달라고 했던 선수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려는 것이 눈에 보인다.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다”며 선수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전자랜드는 이익수 단장을 위시한 프런트들도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선수단과 혼연일체가 됐다. 정규시즌에도 전자랜드는 김주성의 리바운드 2위 대기록을 챙겨주며 대인배다운 그릇을 보였던 구단이다. 여기에 인천 팬들의 농구사랑까지 더해지면서 전자랜드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과연 전자랜드의 돌풍이 동부산성마저 넘을 수 있을까. 두 팀의 4강 1차전은 오는 19일 원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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