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00' 권오준, 느림의 미학으로 부활 기지개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3.14 10: 59

더 이상의 아픔은 없다. 권오준(삼성)이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권오준은 오승환(한신)과 함께 'K-O 펀치'를 구축하며 삼성 필승조의 토대를 마련한 주역. 그리고 2006년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2개)을 수립한 바 있다. 권오준은 지난해 괌 1차 캠프 도중 오른 손목 미세골절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잠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벼랑 끝에 몰린 권오준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 5차례 등판해 평균 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5이닝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시범 경기에서도 완벽투를 뽐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 두산전(1이닝 1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13일 LG전에서도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때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했던 위력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140km 안팎의 직구에도 노련미를 앞세워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언젠가 그는 "마키타 가즈히사(세이부)의 투구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 그동안 스피드를 의식해 팔높이가 올라가고 힘만 잔뜩 들어갔었는데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서 마키타가 느린 직구로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 1군 사이드암 투수는 임창용, 권오준, 신용운, 심창민 등 4명. 이 가운데 임창용은 뒷문 단속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나머지 세 선수가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권오준의 개막전 엔트리 승격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반반"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권오준이 노련미 넘치는 투구를 계속 선보인다면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 권오준은 "오키나와 2차 캠프 때보다 몸상태가 더 좋아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가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류중일 감독은 "계투진 보강이 시급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삼성 극강 마운드의 토대를 마련한 권오준이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다면 외형상 전력 향상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감동 가득한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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