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가장 유력한 5선발 후보였던 백인식(28, SK)이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1회와 2회 이후로 나눠 ‘두 얼굴’이 나타났다. 이제 5선발을 결정할 시기에 이른 김용희 감독의 최종 선택이 궁금해지고 있다.
백인식은 14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1회 홈런 2방을 허용하며 3실점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2회 이후에는 삼성의 강타선을 상대로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며 여지를 남겼다. 두 얼굴의 피칭이었다.
백인식은 SK의 플로리다·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가장 페이스가 돋보이는 투수로 손꼽혔다. 지난해 야쿠르트 마무리캠프에 합류하며 만들어낸 상승세를 이어갔다. 캠프 때부터 최고 구속이 140㎞대 중·후반에 형성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백인식 스스로도 몸 상태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구위를 놓고 봤을 때 김광현 윤희상, 그리고 두 외국인 선수(밴와트, 켈리)의 뒤를 이을 5선발 후보로 유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선발등판한 백인식은 3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 중 3개가 홈런으로 이어지며 5실점했다. 썩 좋지 못한 피칭이었다. 이날도 1회에 홈런 2개를 허용했다. 2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홈런 5개를 허용했다는 점은 충분히 불안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1회 1사 3루에서는 박석민에게 좌월 2점 홈런을 맞았다. 123㎞짜리 커브가 가운데 몰렸다. 이미 타석에서 두 차례나 이 공이 들어오는 것을 봤던 박석민의 방망이가 자신있게 돌아갔다. 구종 선택에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너무 정직하게 들어간 실투였다. 이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이승엽에게 144㎞ 직구를 던지다 비거리 120m짜리 우월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역시 실투였다. 노련한 이승엽이 놓치는 것이 더 이상한 공이었다.
그러나 2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았다. 1회에는 제구가 높게 형성됐다. 여기에 밸런스도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2회부터는 공이 낮게 제구되면서 삼성의 불방망이를 피해갔다. 2회 하위타선을 처리한 백인식은 3회 나바로를 중견수 뜬공으로, 박한이를 2루수 직선타로, 박석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구속은 갈수록 올라갔다.
4회에는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승엽을 3구 만에 삼진 처리했다.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졌다. 가장 이상적인 공의 움직임이었다. 이어 백인식은 구자욱을 3루수 땅볼로, 박해민을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공교롭게도 4회는 모두 좌타자였다. 사이드암은 좌타자에게 약한 면이 있는데 좌타자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을 가진 백인식은 충분히 경쟁력을 과시했다. 삼성 좌타자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 2013년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성적은 썩 좋지 않았지만 2회 이후의 피칭에서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김용희 감독은 애당초 시범경기 중반쯤 5선발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5선발이 된 선수도, 그렇지 못한 선수도 보직에 맞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인식 채병룡 고효준 등 5선발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썩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이날 2회 이후의 피칭을 김 감독이 어떻게 바라봤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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