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봄이 왔다.
꽃샘추위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해가 들지 않는 경기장의 그늘진 곳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긴 휴식기를 끝내고 돌아온 K리그의 분위기는 따뜻했다.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린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간만에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기에 체감온도가 무섭게 달아올랐다.
이날 서울과 전북의 경기는 2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꼽을 만한 대결이었다. K리그에서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최 감독의 화끈한 장외설전과 지난시즌 서로의 안방에서 나란히 패배를 안기며 라이벌전의 드라마를 쓴 기억은 스토리를 원하는 K리그 팬들의 발걸음을 상암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올시즌 최대의 흥행 키워드가 될 박주영이라는 이름이 더해졌다. 지난 11일 박주영의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한 서울은 이날 홈경기서 그의 입단식과 팬사인회를 열었다. 축구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에게도, 혹은 잠시 K리그에서 마음이 멀어졌던 이들에게도 박주영은 발길을 잡아끄는 이름이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박주영의 이름이 새겨진 91번 유니폼이 벌써부터 물결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팬사인회는 박주영의 복귀를 반기는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아이들은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 총 관중 수는 3만2516명. 개막 2라운드째지만 이는 전북과 성남의 1라운드에서 나온 2만3180명을 훌쩍 뛰어넘는 올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다. 이날 홈팀 서울은 전북에 1-2로 패했으나 휴일 오후 발길을 축구장으로 옮긴 관중들의 뜨거운 관심은 서울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자 K리그의 봄을 예감케하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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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