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관련 언론들이 류현진(28, LA 다저스)을 평가할 때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선발투수 중 하나”라는 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그 평가의 기준으로 ‘연봉’이 자주 사용되는 MLB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는 “리그에서 연봉 대비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라는 말로도 돌려 이야기할 수 있다. 통계 자료에서도 이런 가치는 잘 드러난다.
미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은 14일(한국시간) 팬들에게 흥미로운 분석 자료 하나를 내놨다. 바로 연봉과 2015년 예상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며 ‘가격대비 성능비’를 분석한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선수들의 가성비를 분석한 이 자료에서 류현진은 대부분 상위권에 올라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발투수 중 하나임을 증명해냈다. ‘팬그래프닷컴’은 “2015년 최고의 특매품 선발투수”라는 제목을 붙였다.
산출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2015년 연봉에서 2015년 예상 WAR을 나눈 것이다. 그렇다면 대충 1승당 지불하는 각 구단의 투자 효율성을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연봉이 적어 이 수치가 폭등할 수밖에 없는 연봉조정신청 자격 취득 전 선수는 제외했다. 이를테면 올해 92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필 휴즈(미네소타)의 예상 WAR은 5.6으로 1승당 수치는 약 164만2857달러 정도가 나온다.

이 수치로 봤을 때 올해 공식연봉이 약 483만 달러인 류현진은 2.6의 예상 WAR을 받아 1승당 약 185만8974달러의 수치가 나왔다. 이는 2.0 이상의 예상 WAR을 받아 수준급 선발투수로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투수 중 상위 10위에 해당되는 성적이었다. WAR이라는 점에서 승리당 연봉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류현진의 연봉은 WAR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그렇다면 연봉도 WAR로 평가한 수치에서는 어떨까. 이 부분에서도 류현진은 단연 상위권이었다. 일반적인 선발투수들의 WAR 1 연봉을 700만 달러로 가정했을 때, 류현진의 연봉 WAR은 평균에 못 미치는 0.6으로 집계됐다. 예상 WAR이 2.6이니 그 차이는 2.0이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 류현진은 MLB 전체 선발투수 중 13위였다. 이 부문에서도 역시 MLB 최상위권이었다.
물론 류현진의 연봉 규모를 포스팅 금액을 포함한 약 1000만 달러 수준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봉 WAR은 1.3으로, 그 차이인 1.3으로 다시 분석해도 올해 시카고 컵스와 6년 대형 계약을 체결한 존 레스터(1.3)와 별 차이가 없다. 통계 지표는 어떤 방식으로든 류현진이 투자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 투수로는 단연 최고였다.
그렇다면 투수 대형 계약은 꼭 잘못된 것일까.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FA 투수들이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통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약 2485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은 투자에 비해 2.1의 WAR을 더 벌 수 있을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3200만 달러를 받아 투수 최고 연봉자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1.6으로 역시 상위 2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예상 WAR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전제는 붙지만 이들의 마케팅적 요소와 무형적 가치를 포함하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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