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투수 자원이 부족해진 최근 KBO 리그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마운드가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난해 하위권의 마운드 정비는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시범경기 일정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가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보이지 않는 비교적 평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한 팀도 바닥으로 처지지 않고 있다. 한화와 kt가 2승4패씩을 기록해 최하위이나 경기력에서 크게 밀리는 것은 아니다. 막내 kt의 2승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시범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각 팀의 마운드 전력이다. 14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위는 NC로 1.50이다. 롯데가 2.67로 2위, 한화가 3.06으로 3위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마운드 상위권이었던 LG(3.80)나 삼성(5.00)의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수치뿐만 아니라 하위권 팀들이 예상 외로 괜찮은 투수력을 보여주는 경기가 늘어나는 인상은 분명하다.

가장 돋보이는 팀은 역시 지난해 최하위인 한화다. 오프시즌에서 배영수 송은범 권혁이라는 베테랑 투수들을 영입한 한화는 신예 선수들의 성장세가 마운드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화는 14일까지 총 20명의 투수가 한 차례 이상 시범경기에 등판했으며 12명은 아직 실점이 없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올리고 있는 주축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지난해와는 다른 마운드 높이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김성근 감독의 투수 조련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팀들도 마운드에 보강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진 투수력을 예감케 한다. 롯데는 두 외국인 선수(린드블럼, 레일리)가 좋은 출발을 보였다. 장원준이 FA로 빠져나갔으나 조정훈이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요소다. 정재훈이 가세한 불펜은 지난해에 비해 나쁠 것이 없고 홍성민 이상화 등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KIA는 ‘슈퍼 에이스’인 윤석민이 돌아왔다는 큰 호재가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팀 전체 승수에 10승을 얹어줄 수 있는 에이스가 합류했다. 만약 윤석민이 지난해 KIA에서 10승을 거뒀다면, 산술적으로는 KIA 또한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막판까지 달려볼 만한 여건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장에서는 “에이스가 있다는 것은 절대 무시 못할 효과”라고 평하고 있다.
이는 김광현이 국내 잔류를 선언한 SK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기에 윤희상의 복귀, 그리고 지난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던 외국인 선수 한 명의 가세도 산술적인 기대 승수를 키울 수 있다. 두산 또한 장원준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인 장원준은 부상만 없다면 언제든지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투수다. 장원준이 팀 마운드에 불어넣을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상위권 팀들은 마운드에서 고민이 새로 생긴 모습이다.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은 선발진에서 꾸준히 활약하던 배영수의 이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LG는 시즌 초반 결장하는 류제국의 공백이 있고 NC는 외국인 선수 쿼터가 하나 줄었음과 동시에 원종현의 이탈 공백도 있다. 타격이 강한 넥센은 여전히 마운드 쪽에서 보완점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이런 변수가 하나하나가 모여 순위표의 반전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범경기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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