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산다’ 기동력 향한 김용희 뚝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15 09: 03

김용희 SK 감독은 ‘시스템 야구’라는 말로 자신의 팀 운영 방안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에는 기동력을 중시하는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는 시범경기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뚝심을 지키고 있다.
김용희 감독은 취임 당시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동력을 강조했다. 투수력과 타격은 한국프로야구도 일정 수준에 올라왔지만 기동력은 아직 야구 선진국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도루 개수가 아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정착된다면 3할 타자 하나를 영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다. 기술적인 보완은 물론 의식적인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도 애를 썼다. 한편으로는 롯데 감독 시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팀 200도루를 같이 만들어낸 조 알바레스 코치도 영입했다. 역시 주루의 흐름을 읽는 데 능한 조원우 코치는 1루에 배치해 알바레스 코치의 장점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SK는 14일까지 치른 시범경기 6경기에서 총 14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가장 적은 KIA(4번)에 비하면 세 배 이상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다만 성공률은 높지 않다. 이 중 7번을 성공해 50%다. 이 정도 성공률이라면 ‘안 뛰는 것’이 나을 법하다. 여기에 견제사 및 주루사도 적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기동력 야구가 완벽하게 팀에 자리잡지는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뛰는’ 사인을 내고 있다. 김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주루플레이에 임하라”는 주문과 함께 선수들을 독려 중이다. 이유는 경험이다. 김 감독은 최근 주루플레이에서 실패와 실수가 나오는 것에 대해 “지금은 죽더라도 자꾸 뛰어봐야 한다. 아니면 정작 뛰라고 할 때 선수들이 뛰지 못한다”라면서 “지금은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루상에서 횡사하며 얻는 경험도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의식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도 차이가 크다. 의식을 해야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는 능력도 조금씩 향상되기 마련이다. 지금은 그런 능력과 습관을 키워주는 단계다. 지난해와 달라진 팀 색채에서 시행착오는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SK는 전체적으로 날렵한 라인업은 아니다. 내야수들의 기동력이 좋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무조건 20도루를 하겠다”라고 벼르고 있는 이명기는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김강민은 지난해와는 다르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고 팀 내 최다 도루를 성공시켰던 조동화는 일단 백업에서 시즌을 시작할 공산이 크다. 팀 내 최고 준족들인 박계현과 김재현은 일단 자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 속에서 기동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기동력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다. 실제 14일 포항 삼성전에서 김성현이 견제사를 당했지만 나무라지 않았다. 기동력을 향한 김 감독의 집요한 공략이 시즌 때 ‘다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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