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의도치 않은 시범경기 1위...비결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15 06: 32

시범경기 순위는 정규시즌 성적과 관련이 없다. 대부분의 팀들이 시범경기를 정규시즌에 앞서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엔트리를 확정지으려는 목적으로 치른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을 향한 최종 준비작업이다.
물론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진 경우도 많다. 1987년과 1993년 해태, 1992년 롯데, 1998년 현대, 2002년 삼성, 2007년 SK까지 총 5팀(6차례)이 시범경기 1위에 오른 후 당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1년 이후를 기준으로 시범경기 1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우도 14번 중 9번이나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시범경기서 정상에 올랐으나, 정작 정규시즌에선 시범경기의 모습을 이어가지 못한 사례도 상당하다. 최근 2년만 봐도 그렇다. 2014년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던 두산은 정규시즌을 6위로 마쳤다. 2013년에는 KIA가 9승 2패로 시범경기 1위에 올랐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8위에 그쳤다. 1997년 롯데는 시범경기서 1위를 했는데, 정규시즌에선 정반대인 8위 최하위였다. 2006년 LG도 시범경기서 1위였으나 정규시즌에선 통산 첫 최하위의 수모를 겪어야했다.

그런데 팀 분위기는 승리해야 좋아진다. 전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다가오는 시즌에 임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보통 전해 하위권에 있었거나, 팀이 암흑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 승리를 목적으로 시범경기에 임할 수 있다.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지우기 위해 시범경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2015년 시범경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가운데, LG 트윈스가 정상에 자리 중이다. 지난 14일까지 LG의 시범경기 전적은 4승 2패. LG는 지난 7일 시범경기 개막전을 제외하면 대패한 경기가 없다. 팀 타율(0.247·5위)과 팀 평균자책점(3.81·5위) 모두 특출 나지는 않지만 이긴다. 분명한 점은 LG가 승리만 맹목적으로 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분위기를 끌어올릴 필요도 없다. 그저 모든 경기서 여러 선수들을 투입시키며 시즌을 준비한다. 대부분의 팀들이 그렇듯, LG 양상문 감독 역시 시범경기의 취지에 맞춰 운용한다.
선발라인업에 주축 선수들 위주로 넣기도 했지만, 이들로 한 경기를 풀로 치른 경우는 전무하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을 개막전에 맞춰 올리고 있고,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선수들은 무한 경쟁에 임한다. 임지섭 장진용 임정우의 4·5선발 자리, 김재율과 백창수의 정성훈 백업 자리는 경쟁구도에 맞춰 선수들을 골고루 투입한다. 투수는 보직에 맞춰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투구수를 던지고 야수는 대부분이 격일제로 출장한다. 승리보다는 팀 구성에 신경 쓴다.
심지어 LG는 14일 광주 KIA전에서 2군 캠프에서 돌아온 선수 3명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안익훈 양석환 김영관이 출장했는데, 안익훈은 이날 처음으로 1군 선배들과 실전을 치렀다. 전날 콜업 소식을 듣고 곧바로 첫 번째 1군 경기를 1번 타자겸 중견수로 소화한 것이다. 
이렇게 승리와 무관한 운용 속에서도 LG가 승리하는 데에는 불펜투수들의 활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해 필승 불펜투수들 외에 김선규 김지용 전인환 최동환 등을 꾸준히 등판시킨다. 팀이 1, 2점차로 근소하게 리드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마운드에 올리는데 넷 다 빼어난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2경기씩 나선 김지용과 최동환은 무실점 중이며, 4경기·3⅔이닝을 소화한 김선규와 2경기·4이닝을 던진 전인환은 각각 1점만을 내줬다. 모든 불펜투수들이 호투하면서, LG는 시범경기서도 지난 시즌처럼 후반에 강한 모습이다.
타자들이 매 경기 홈런을 치고 있는 것도 시범경기 호성적의 원인이다. 지난해 홈런 최하위에 머물렀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홈런을 통한 득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두 이병규와 박용택 정성훈 등 주축선수들이 하나씩 대포를 터뜨렸고, 스프링캠프서 부쩍 성장한 오지환과 최승준은 각각 홈런 2개를 폭발시켰다. 부진했던 정의윤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기록, 외야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잠실구장을 벗어난 효과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LG는 일주일 동안 홈런구단으로 변신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31점)을 올렸다.
양상문 감독은 14일 KIA전을 앞두고 “전지훈련부터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고참 선수들도 나름 준비를 잘했다. 그래서 엔트리를 놓고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어 젊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양 감독은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4·5선발투수와 3루 백업은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이 시작되고도 과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LG가 개막 후에도 신구조화를 이루고, 주축선수와 백업선수가 동반활약을 펼친다면, LG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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