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갈 데까지 갔다. 이제 정신력이 더 강한 팀이 이긴다.
고양 오리온스는 14일 오후 4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창원 LG를 77-63으로 물리쳤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양 팀은 창원으로 장소를 옮겨 오는 16일 최종 5차전에서 4강 진출을 가리게 됐다. 승자는 정규시즌 챔피언 울산 모비스와 만난다.
어느 팀이 이기든 혈전이 될 전망이다. 승자는 단 3일을 쉰 후 울산에서 ‘챔피언’ 모비스를 상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정이다. 그래도 프로니까 이겨야 한다.

▲ 이승현을 뚫고 길렌워터를 막아야 하는 제퍼슨
LG의 원투펀치 데이본 제퍼슨(29)과 문태종(40)이 여전히 키를 쥐고 있다. 상황은 좋지 않다. 제퍼슨은 24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한 1차전을 제외하면 토로이 길렌워터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2~4차전 동안 제퍼슨은 평균 18.3점, 8.0리바운드, 5.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치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길렌워터는 27점, 6.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퍼슨을 넘었다.
2차전부터 이승현이 제퍼슨의 수비수로 적극적으로 나섰다. 힘과 덩치가 좋은 이승현은 제퍼슨이 골밑에서 쉽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아무래도 외곽에서 공을 잡아 치고 들어가는 제퍼슨의 공격은 확률이 떨어진다.
이승현은 제퍼슨의 공격리바운드 차단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2차전 제퍼슨은 공격리바운드만 6개를 잡았다. 하지만 3,4차전에서는 도합 4개 밖에 못 잡았다. 제퍼슨은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이승현을 밀치는 등 짜증을 부렸다. 수비수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자신의 수비가 먹히고 있다는 최고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4차전 승리 후 이승현은 “우리가 귀찮게 해서 제퍼슨이 고갈된 것 같다. 체력보다 성격적으로 짜증이 난 것 같아 안 풀린 것 같다. 체력은 양 팀 다 떨어지는 것은 똑같다.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다. 제퍼슨이 키플레이어라서 계속 귀찮게 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계속 밀치고 박스아웃하고 있는데 잘 먹혀들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가 워낙 좋은 선수라 안 주려고 한다. 제퍼슨을 20점 이하로 막자고 나왔는데 목표를 달성했다”며 기뻐했다.
길렌워터와 리오 라이온스가 교대로 뛰는 오리온스에 비해 체력도 불리하다. 제퍼슨은 평균 30분 이상을 뛰고 있다. 3차전 5반칙 퇴장을 당한 것을 감안하면 팀내 비중은 더 크다. 추일승 감독은 “제퍼슨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갈 것이다. 우리 트로이도 마찬가지”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문태종, 5차전 터질 때가 됐나?
과연 문태종은 5차전에서 터질 것인가. 6강 시리즈에서 문태종은 평균 6.8점, 3점슛 20%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2차전 13점을 빼면 두 자릿수 득점이 없었다. 4차전에는 야투율 10%, 3점으로 침묵했다. ‘4쿼터 사나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다. 4쿼터 평균득점은 1점에 불과한 상황.
관건은 체력이다. 슛은 던져서 안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문태종은 수비수를 제치고 공을 잡는 움직임 자체가 많이 줄었다. 아무래도 체력부담이 크다. 문태종은 평균 30분 11초를 뛰고 있다. 조절이 필요한 상황.
슈터의 마음은 슈터가 잘 안다. 김동욱은 “공격보다 오로지 문태종을 막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수비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제퍼슨과 문태종의 투맨게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태종이 형이 요즘 힘들어서 그런지 안하더라. 긴장하고 붙어 있는데 문태종이 많이 힘들어 한다. 공을 잡으려고도 안하고 그냥 잡아서 쏘려고 하더라.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막기 편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타짜는 무섭다. 아무리 부진해도 승부처에 한 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문태종이다. 김진 감독이 믿는 구석이다. 결국 LG는 김영환, 이지운을 적극 활용해 문태종의 체력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승부처에서 체력을 비축한 문태종의 한 방이 필요하다. 김진 감독은 “문태종 부진은 슛보다 체력적인 부분이다. 좀 더 확실하게 체크를 해서 적절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5차전을 대비했다.

LG의 필승무기였던 제퍼슨과 문태종의 2 대 2도 실종됐다. 상대의 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다. 하지만 상대가 가장 긴장하는 무기를 굳이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 5차전에서 제퍼슨과 문태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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