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아, 범아, 범!"
지난 14일 마산구장. 경기 전 1루측 NC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타격훈련을 바라보던 김경문 감독이 다급하게 나성범(26)을 불렀다. 김경문 감독이나 3번이나 그의 이름을 외쳤지만 나성범은 전혀 듣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가 근처로 달려가서 부른 뒤에야 알아차렸다.
김 감독은 "이제 그만 쳐라"는 말을 전달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성범은 다른 타자와 교체해 프리배팅을 위해 타석에 들어설 찰라였다. 나성범이 발길을 멈추자 김 감독은 "그것만 마지막으로 치고 들어가라"고 한 발 물러섰다. 나성범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배팅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성범이가 몇 경기 잘 안 맞아서 그런지 훈련을 계속 하고 싶은가 보다"며 "느슨해지는 것 없이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나성범은 시범경기 5경기에서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에 삼진만 6개를 당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나성범은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3할1푼 9안타 2홈런 7타점으로 활약했다. 1군에서 2년차 시즌을 맞이한 그는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찍었다. 123경기 타율 3할2푼9리 157안타 30홈런 101타점 14도루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따냈다.
이 정도 급이 되는 선수에게 시범경기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리가 확실하게 보장돼 있는 선수이지만 나성범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매달리는 모습에 김경문 감독도 말릴 정도였다.
나성범은 이날 한화와 시범경기에 3번타자 우익수로 나와 4회 송은범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 이호준의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로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나성범은 "요즘 타격이 안 좋아서 배팅을 많이 치고 있다. 그렇게 훈련해야 할 때다. 아직은 몸 관리를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오늘 안타를 쳤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에도 나성범은 마산구장에 남아 다시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