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이현호(35, 전자랜드)가 김주성(36, 동부)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7년 전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며 깨끗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는 13일 오후 7시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SK를 91-88로 물리쳤다. 프로농구 역사상 6위 팀이 3위 팀을 3연승으로 탈락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전자랜드는 오는 19일 원주에서 동부와 4강 1차전을 갖는다.
전자랜드에는 이번 대결이 뜻 깊은 사람이 둘 있다. 바로 유도훈 감독과 이현호다.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4위 안양 KT&G(현 KGC의 전신)는 5위 서울 SK를 6강에서 2-0으로 제압했다. 특히 2차전에서 마퀸 챈들러는 41점을 쏟아내며 26점을 넣은 방성윤을 압도했다.

KT&G가 4강에서 만난 팀은 바로 정규리그 챔피언 동부였다. 당시 유도훈 감독이 지휘하던 KT&G는 주희정, 마퀸 챈들러를 중심으로 속공농구를 펼쳤다. 양희종은 신인이었다. 이현호는 김일두와 함께 상대 외국선수와 빅맨을 철벽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KT&G는 동부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전성기 김주성은 시리즈 평균 25.3점, 6.5리바운드, 1.5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결국 동부는 3승 1패로 KT&G를 넘었고, 챔프전에서 이상민의 삼성까지 4승 1패로 제압하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유도훈 감독은 7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는 마퀸 챈들러 대신 리카르도 포웰이 있다. 6강을 3연승으로 끝낸 전자랜드는 5일의 휴식기를 가져 체력적인 문제도 없다. 한 번 해볼 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현호는 김주성을 의식하며 “아직 내가 1년 더 젊으니까 더 뛰겠다. 7년 전 패배를 되갚아 주겠다”면서 명승부를 예고했다. 높이가 낮은 전자랜드가 동부산성을 넘으려면 역시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몸싸움이 좋은 이현호는 김주성과 윤호영을 끊임없이 괴롭힐 전망.
유도훈 감독은 “SK와 동부를 모두 분석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를 이겼던 상황만 기억하고 준비하겠다”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7년 전 유도훈 감독의 상대는 전창진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인 김영만 감독이 동부를 맡고 있다. 경험에서 유도훈 감독이 앞선다.
‘동부산성 시즌2’는 더 높아졌다. 전자랜드가 어떻게 넘어야 할까. 유도훈 감독은 “사이먼과 리처드슨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세 명의 큰 선수가 있다. 정효근이 높이에서 얼마나 대등하게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2m 장신포워드 정효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7년 전 신인 양희종에게 주문했던 것과 똑같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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