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정유미, 사극 여주인공의 새 길을 봤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3.15 07: 18

사극은 대개 남자들의 영역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개성 강한 중년 남성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 인생과 내공을 모두 쏟아붓는 경연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자들은 대개 광개토대왕이나 동명성왕, 주몽, 이순신, 대조영 등 영웅들을 옆에서 돕고 지켜보는 조연에 머물기 십상이다. 물론 채시라와 하지원처럼 여주인공이 이끄는 사극의 묘미를 시청자 뇌리에 각인시킨 경우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하녀들’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정유미의 섬세한 연기가 최근 방송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강한 남자가 판치는 사극 세상에서 섬세한 여성의 감정으로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정유미는 현재 JTBC 조선연애사극 ‘하녀들’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부친의 신원을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국인엽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주 방송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섬세히 표현한 정유미표 나노 연기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5, 16회는 국인엽의 감정 기복이 최고조에 달한 회차였다. 믿었던 김은기(김동욱 분)와 김치권(김갑수 분)이 부친의 진짜 원수라는 기막힌 사실에 상처입고 분노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곁에서 힘이 되어주던 무명(오지호 분)은 목숨을 잃었다. 반면 김은기에게 볼모로 잡힌 사월(이초희 분)이 풀려난 후 죽은 줄만 알았던 무명 역시 무사 귀환하자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고, 곧 부친과 자신의 신원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잠시나마 미소 짓기도 했다.
이렇듯 국인엽은 그야말로 폭풍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격정적 상황의 중심에 섰고, 정유미는 그녀가 느꼈을 일련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정유미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다양한 감정들을 제 것으로 만들어 표정, 눈빛, 말투에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연기에 설득력을 더했다.
특히 정유미는 그간 다수의 현대극을 통해 적지 않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왔지만 지난 2010년 출연했던 MBC ‘동이’ 이후 약 5년 만의 사극인데다가 극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타이틀 롤이기에 홀로 짊어져야 할 부담감이 상당했을 터. 하지만 그녀는 전혀 어색함이 없는, 도리어 섬세하기까지 한 열연으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호평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종영까지 단 4회 만을 남겨두고 있는 ‘하녀들’. 극중 조선의 왕 이방원(안내상 분)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만월당의 실체를 알게 됐으나 왕자인 무명이 그들과 연루되었던 까닭으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또 다시 홀로 만월당과 싸우게 된 국인엽의 행보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남은 4회 동안 변함없이 활약할 배우 정유미에게 거는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정유미를 비롯한 명품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로 안방극장의 호평을 이끌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JTBC 조선연애사극 ‘하녀들’은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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