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독이 든 성배를 마실까. ‘무한도전’이 ‘식스맨’이라는 이름으로 새 얼굴을 일시적이든, 고정적이든 투입하겠다고 방송을 통해 공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멤버를 찾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이 걸어야 할 새 멤버 선발의 가시밭길이 드러났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현재 출연 중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외에 추가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멤버를 선발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고 멤버 개개인이 후보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모습이 방송됐다. 일명 ‘식스맨’ 특집이다. 농구에서 주전 선수 5명 외에 언제든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후보 선수를 말하는 용어인데, 5명으로 확 줄어든 ‘무한도전’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이미 트위터를 통해 새 멤버 추천을 받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 프로젝트는 이날 방송으로 명확해진 게 있었다. 새 멤버를 뽑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개되고, 상황과 출연자에 따라 출연 형태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일단 새 멤버는 일시적이든, 아니면 프로젝트별로 합류할지, 아니면 완전히 고정 멤버로 활약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제작진과 출연진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최소한의 ‘선긋기’였다. 또한 지난 해 음주 운전으로 하차했던 노홍철을 불러들이기 위한 포석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외에는 모든 게 불확실했다. 투입 방법이라든가 선발 방법이라든가 활용 방법이라든가 시청자가 궁금해 할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10년간 방송되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구성을 해서 더 재미를 안긴 ‘무한도전’이 걸어왔던 길이 그랬으니, 새 멤버라는 앞으로의 원동력이 될 중요한 프로젝트는 더하리라.
이날 방송에는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지금껏 새로운 원동력을 찾고자 새 얼굴 투입을 고민할 때마다 했던 난관들이 잔뜩 그려졌다. 현재 ‘무한도전’이 왜 새로운 멤버가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석과 후보 장동민의 상황극을 통해 드러났다. 기존 멤버들간의 웃음 조화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장동민의 날카로운 지적이 논란이 들끓을 것을 알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무한도전’의 고뇌가 담겨 있었다.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김영철, “독이 든 성배지만 그래도 성배는 성배다. 들어가서 잘해도 본전”이라고 말한 전현무, “녹화가 늦게 끝나서 다음 프로그램 녹화가 걱정된다”라고 말한 데프콘 등의 면접이 ‘무한도전’이라는 10년 장수 프로그램에 새로운 멤버를 집어넣는 일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알게 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새로운 출연자의 투입이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는데, 10년간 방송되며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은 결속력을 원하는 팬이 가득한 ‘무한도전’이니 위기가 될 가능성은 더 높다.
기존 멤버와 새 멤버의 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한국인이 좋아하는 위인 1위인 이순신 장군이 환생해 ‘무한도전’에 출연한다고 해도 새 멤버에 대한 고정 팬들의 반감이 생길 것이라는 점, 4년여간 고정 출연했지만 하차 전까지도 끊임없이 욕을 먹었던 길의 전례를 비쳐봤을 때 새 멤버로 출연하는 스타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그리고 방송계에 조금이라도 발을 디딘 연예인이라면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멤버들이 개개인별로 찾아다니며 면접을 보고, 대화를 하는 모습이 공개된 게 새 멤버로 투입됐을 때 시청자와의 마찰을 조금이나 줄이고 기존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위한 선결 장치이기도 하다. 어차피 발생할 구더기라면 장이라도 담가야 하지 않겠느냐가 제작진이 이렇게 대놓고 새 멤버를 찾는 일을 시작한 이유로 보인다.
일단 시끄러울 것을 알면서 ‘무한도전’은 새 멤버를 찾겠다고 발을 뗐다. 그 결과물이 새 멤버를 찾지 못하고 끝날지, 새 멤버를 찾았지만 비정기적으로 출연할지, 아니면 진짜 새 멤버로서 매주 안방극장을 찾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 새 멤버가 앞으로의 10년을 책임질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큰 인기를 누릴지, 아니면 많은 시청자들의 반감을 일으키는 ‘욕받이’가 될지 역시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언제나 좌충우돌 잡음을 일으키며 안방극장에 재미와 감동을 산 ‘무한도전’이니깐 벌이는 늘 그랬던 소란쯤이라고 답할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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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