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 준호 그리고 강하늘, 세 명의 훈남들이 제대로 망가졌다. 청소년과 어른, 그 오묘한 경계에 서 있는 스무 살의 청춘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지난 12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스물’에서 김우빈, 준호, 강하늘은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 따윈 내려놓은 채 다소 ‘찌질’한 행동들로 실수를 연발하는 스무 살 청춘들을 그려냈다.
‘스물’은 인생의 가장 부끄러운 순간을 함께 한 스무 살 동갑내기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절정의 백수 치호(김우빈 분)와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준호 분), 그리고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최강 스펙의 엄친아이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 경재(강하늘 분)가 그 주인공이다.

뭐든지 다 해도 되는 나이 스무 살이 됐지만 사랑도 인생도 당최 쉬운 게 하나 없는 세 친구를 그려내기 위해 김우빈, 준호, 강하늘은 여지없이 망가졌다. ‘인기만 많은 놈’ 치호를 연기한 김우빈은 그간의 카리스마를 벗어 던지고 완벽하게 흐트러진 매력을 발산한다.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아버지에게 “용돈을 주세요”라고 떼쓰는 김우빈을 상상이나 해 본 적이 있을까.
준호 역시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아이돌의 모습을 벗고 ‘생활력만 강한 놈’ 동우로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다른 두 친구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치호의 ‘병맛’같은 말에도 “이상하게 설득되네”라며 ‘바보웃음’을 터뜨리는 귀여운 모습을 선보인다.
tvN ‘미생’ 속 장백기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하늘은 이번에도 ‘엄친아’ 연기를 선보이지만 조금은 다르다. 낮에는 완벽 스펙 엄친아이지만 술만 마시면 아무도 상상 못 한 주사를 부리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인 것. 덕분에 ‘엄친아’ 이미지가 강했던 강하늘은 마음껏 망가지는 주사 연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세 배우는 ‘스물’에서 팬들조차 놀랄 만큼의 망가진 연기를 선보이지만 크게 걱정되지 않는 건 그런 모습들이 ‘스물’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이것저것 하고 싶고 또 이것저것 해보지만 결국 찌질하게 실패하고 마는 청춘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것. 뿐만 아니라 찌질하게 실패했지만 부끄러움 없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지’라며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청춘 역시도 세 배우는 표현해냈다.
한편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의 각색가로 활약한 바 있는 이병헌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스물’은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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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