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흔들릴 것인가. SBS가 지난 15일 종영한 ‘떴다 패밀리’를 끝으로 주말 오후 9시대 드라마를 아예 없앤다. 오는 21일부터 토요일은 ‘아빠를 부탁해’, 일요일은 ‘웃찾사’가 편성되는 것.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한다. 하지만 SBS는 유독 주말 드라마에 약했다. 평일 드라마에서 참신한 기획이나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대박을 칠 때도 그랬다. 신흥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할 때도 주말 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말 드라마는 KBS와 MBC가 시청률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SBS는 멀찌감치 뒤에 물러나 있어야 했다.
특히 오후 9시대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 해 ‘원더풀 마마’, ‘열애’, ‘기분 좋은 날’이 잇따라 조기 종영됐다. 미니 시리즈였던 ‘모던 파머’, ‘떴다 패밀리’ 역시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였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매번 MBC 주말드라마에 깨진 것은 분명했다. 시청률 10%는커녕 ‘떴다 패밀리’는 2%대까지 떨어졌다.

MBC가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를 내세워 시청률 장사를 톡톡히 할 때, SBS 역시 막장 드라마인 ‘열애’로 문을 두드렸지만 중장년층의 MBC 충성도는 KBS 오후 8시대 주말드라마만큼이나 높았다. 젊은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모던 파머’, ‘떴다 패밀리’를 내세웠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냈지만 장사는 되지 않았다. SBS로서는 참 뼈아픈 시간대인 셈이다.
결국 지난 해 말부터 소문으로만 돌던 오후 9시대 주말 드라마 폐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떴다 패밀리’와 오후 10시대 드라마인 ‘내 마음 반짝반짝’이 동반 부진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이번 3월 봄 개편에 폐지를 맞았다. 당초 ‘떴다 패밀리’ 후속인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을 끝으로 이 시간대 드라마를 없애려고 했던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 50부작으로 기획된 ‘내 마음 반짝반짝’이 시청률 2~3%대에 머물며 반타작 조기 종영 수순을 밟고 있고 이에 따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이 ‘내 마음 반짝반짝’ 후속으로 전파를 타게 됐다.

드라마로 할 수 있는 전략은 다 해본 SBS가 선택한 편성은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설날 편성 당시 호평을 받았던 ‘아빠를 부탁해’를 토요일 오후 9시대로 밀어넣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웃찾사’를 일요일로 옮기기로 했다. 심지어 ‘웃찾사’는 공개 코미디 최강자인 KBS 2TV ‘개그콘서트’와 맞붙는다. 누군가는 이 자체가 ‘무한도전’이라 했다. 이 같은 파격 편성은 어차피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부진했던 드라마 시간대이니 가능했다. 밑질 게 없지 않나. 이 시간대 공략이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실패한다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간대가 현재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이 시청률 20%를 넘기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제 아무리 시청층이 다른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떴다 패밀리’는 종영했고, SBS는 프로그램 사이에 편성 광고를 통해 막장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과감한 편성 변화가 피폐해진 SBS 오후 9시대를 살릴 수 있을까. 오는 21일 안방극장은 어떤 채널에 시선을 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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