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밥상을 앞에 둔 50대 부부의 모습은 서글펐다.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아무 말 할 수 없는 남편과 그런 남편이 안쓰럽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아내, 부부의 모습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먹먹함을 줬다.
1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 연출 지병현)에서는 본사 발령이 난 재철(정원중 분)이 길거리에서 회사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재철은 지점장 자리를 내려놓고 명예퇴직을 하려고 했지만, 딸 영주(경수진 분)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방송 작가가 되겠다고 하자 이를 철회했던 상황. 할 수 없이 본사에 발령이 난 그는 짐짝 취급을 받았고, 허드렛일밖에는 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줬다.

아내 민자(송옥숙 분)는 남편의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본사로 발령이 났다고 하니, 승진을 한 줄로만 알았던 것. 그러나 그는 우연히 길을 가다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황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어 재철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민자는 식탁위에 한 상 가득 저녁을 차려놓았다. 여느 때보다 더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는 이것저것 권하며 재철에게 음식을 줬고, 아내의 불안해 보이는 행동에 재철은 “민자야”라고 이름을 부르며 이를 제지했다.
민자는 재철에게 “미안해 여보. 내가 당신한테 그만두라고 그 말을 못하겠다.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데 당장 때려치우고 나오라고 해야 하는데 무섭다. 당장 내달부터 나갈 돈이 무서워서 당신한테 그만 두라는 소리를 나는 못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밥 해주는 거 말고 내가 당신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 재철은 역시 눈물을 흘리며 “밥이면 됐다”고 대답했다.
눈물을 흘리며 밥숟가락을 뜨는 부부의 모습은 은퇴를 앞두거나, 혹 은퇴를 한 중년들의 현실 한 부분을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던 중산층이라 할 수 있지만, 역시 당장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보통 사람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연기하는 정원중과 송옥숙의 연기는 부부의 마음을 절절히 그려내며 안방에 갑작스런 먹먹함을 투척했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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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