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 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새로 입은 김성배(34)는 조용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 해 김성배는 롯데 허리를 받치는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FA 시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특급 불펜투수를 2차 드래프트에서 거의 출혈없이 구하자, 롯데 팬들은 '꿀영입'이라며 김성배의 별명으로 '꿀성배'를 선사했다.
그리고 롯데는 두산 베어스 출신 불펜투수를 또 데려왔다. 그 주인공은 정재훈(35), 작년 장원준이 두산과 FA 계약을 맺고 롯데가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사실 정재훈과 같이 불펜 필승조로 활약이 보장되는 선수는 보상선수가 아닌 FA로 팀을 옮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두산에 유망주가 많다는 점 때문에 정재훈은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졌고 롯데는 젊은 투수대신 베테랑 투수를 지명했다.
지난 겨울동안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정재훈은 시범경기에서 실전투구로 예열을 하고 있다. 사실 롯데는 작년 겨울 정재훈을 지명하기 전 몸 상태에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임재철에게 정재훈의 상태를 물어봤고, 임재철은 롯데에 영입할 것을 추천했다. 그리고 정재훈은 정상 컨디션으로 실전투구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정재훈의 시범경기 성적은 완벽하다. 3경기에 나서 4이닝을 소화했는데,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정재훈은 12명의 타자 모두를 돌려세웠는데, 삼진은 4개를 뽑았다. 15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1사 2루에 등판, 유한준을 땅볼로 처리하고 박병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곧이어 윤석민까지 루킹 삼진 처리, 1이닝 2탈삼진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시범경기 경기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정재훈의 투구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건강한 정재훈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통산 137세이브에 빛나는 마무리 투수이며 61홀드를 기록중인 단단한 셋업맨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선발 등판까지 가능하다. 일단 정재훈은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서만 뛰었던 정재훈이 갑작스럽게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며 심적 동요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롯데에는 두산 출신 선수들이 적지 않다. 불펜 필승조만 하더라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김성배와 김승회가 있다. 정재훈이 지금 컨디션을 유지, 건강하게 정규시즌만 보낼 수 있다면 FA 영입 부럽지 않은 보상선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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