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차례 악재가 발생하며 위기의식까지 돌았던 KBO 리그에 완연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시작부터 호재가 눈에 들어온다. 이에 700만 관중 재진입은 물론 역대 최초 800만 관중 시대 개막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좀 더 나아간다면 800만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KBO 리그는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더 이상 흥행가도를 이어가지 못한 감이 있다. KBO 리그의 2012년 정규시즌 관중수는 715만6157명이었다. 700만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650만9915명으로 감소했다. 홀수팀 체제로 인한 경기 일정의 단절,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의 여파, 메이저리거들의 활약, 그리고 늘어지는 경기 시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kt의 합류로 역사적인 10개 구단 시대가 개막한다. 팀당 경기수는 128경기에서 144경기, 총 경기수는 576경기에서 720경기로 대폭 늘어난다. 이에 지난해 수준의 평균관중(1만1301명)만 동원해도 약 810만 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평균관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여러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각 팀들이 겨울에 쏟은 땀방울이 팬들의 기대치를 키우고 있다. 이맘때면 늘상 있는 기대치지만 올해는 바람이 좀 더 거세다. 대표적인 팀이 바로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후 ‘탈꼴찌’에 성공할 것이라는 팬들의 희망이 관중수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7일과 8일 열린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는 입장료 부분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한화가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면 흥행력은 폭발적일 수 있다. 꼴찌팀의 대반격은 필연적으로 매스컴의 관심을 모으기 마련이다.
막내구단인 kt 역시 14일과 15일 열린 개장 2연전에서 만원관중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대 시절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수원이라 우려의 시선이 있기도 했지만 야구에 목마른 팬들은 이를 기우로 만들었다. 14일에는 2만 관중석이 꽉 들어찼고 15일에도 1만5000명이 입장했다. 광주에서도 들뜬 조짐이 보였다. ‘에이스’ 윤석민의 복귀 때문이었다. 윤석민의 1이닝 투구가 예고된 15일 경기에는 1만6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정규시즌 주말 관중에 버금갔다.
그 외 두산, LG, SK 등 대규모 경기장을 보유한 팀들도 착실한 전력보강에 성공하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두산은 장원준을 영입했고 SK는 김광현이 잔류를 선언해 확실한 흥행요소가 생겼다. 인기구단인 LG 또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만들어진 팬심이 여전히 뜨겁다. 이들은 모두 수용규모 2만5000석 내외의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팀들로 성적만 좋다면 흥행전선을 앞장 서 끌 수 있는 팀들이다.
꼭 홈에만 국한할 필요도 없다. KIA나 롯데의 경우는 전국구 구단이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흥행 요소를 갖춘다면 수도권 팬심이 요동칠 수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수도권에 5개 팀이 몰린다. 꼭 홈경기가 아니더라도 ‘원정 응원’을 감행할 만한 여지가 더 넓어졌다. 전체 관중수에 있어서도 무시 못할 효과다.
경기장 시설도 개선돼 팬들에게 손짓을 보낸다. 문학구장의 수탁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경기장 리모델링을 단행, 팬들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포수 후면석을 설치했고 일반석 좌석을 전면 교체하는 등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애썼다. kt는 수원구장 리모델링 사업에만 300억 원을 썼고 잠실도 시설 개선을 마쳐가고 있다.
만약 지난해보다 경기당 평균관중이 700명 정도 늘어난 1만2000명 수준이라면 864만 명 정도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대 최고였던 2012년(1만3451명) 수준이라면 960만 명이다. 당시보다 경기장 수용 규모가 작아진 경기장도, 늘어난 경기장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지난해와 2012년 사이의 수준만 동원한다면 850만 명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단 지난해보다 시작은 좋다. 물론 최종 성적표는 얼마나 경기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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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화와 LG와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 전경. 입장권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1만3000석이 모두 들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