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장타력이다. 시범경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LG 트윈스는 7경기 동안 1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 홈런 1위에 자리 중이다. 팀 장타율 또한 .496으로 1위, 득점 역시 42득점으로 1위다. 시범경기에 외국인 타자가 나서지도 않았고, 주축 선수들만 주구장창 출장하는 것도 아니다. 신구조화 속에서 장타가 터진다. 지난해 홈런 부문 최하위였던 LG 타선이 매 경기 홈런포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7경기 모두 원정경기였다는 점도 주요원인이 될 수 있다. LG는 잠실구장 관중석 공사로 인해 오는 21일과 22일 잠실 두산전을 제외하면, 모든 시범경기를 원정에서 치른다.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먼 잠실구장에서 벗어나, 타자들은 그동안 맺혔던 한을 시원하게 풀고 있다.
그런데 홈런보다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2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던 불펜진이 2015시즌에는 더 무서워질 듯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3.25로 5위에 자리 중이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2.06이다. 지난해 전원 필승조를 형성했던 봉중근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윤지웅 외에 김선규 김지용 최동환 전인환까지 호투 중이다.

시범경기에서 김선규와 전인환은 각각 3⅔이닝 1실점, 4이닝 1실점, 김지용과 최동환은 각각 4⅓이닝 무실점, 3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동환은 지난 15일 광주 KIA전 8회말에 등판, 3탈삼진 삼자범퇴로 경기 후반 KIA 타선을 완전히 눌렀다.
그러면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도 불펜진이 됐다. 김선규 김지용 최동환 전인환이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이어가면,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개막전 엔트리를 짜면서 머리도 쥐어짤 것이다. 네 투수 모두 구위가 뛰어나고,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제구력도 상당하다. 사이드암 투수 김선규는 팔을 내리면서 구위와 컨트롤을 모두 잡았고, 최동환은 반대로 팔을 올려 컨트롤을 얻었다. 김지용과 전인환은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한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진이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불펜투수들을 특별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 기존 필승조 투수들의 기량향상은 물론, 새 얼굴 발굴을 통한 불펜진 평균자책점 3연패를 바라봤다.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불펜진 맏형 봉중근은 “예전에 '불펜하면 삼성, 최강 불펜은 삼성'이었다면, 이제는 삼성이 아닌 LG로 바꾸고 싶다. 올해도 1위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수조 조장 이동현 역시 “어린 친구들이 캠프에서 계속 발전했다. 이제는 어떻게 던져야 하는 지를 안다. 작년에 이들이 1군에 있었다면, 우리 불펜진이 더 좋아졌다는 생각까지 한다”며 불펜진 새 얼굴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엔트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2군에서 2015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시즌은 길다. 게다가 올해는 3일 휴식기 없이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누군가 페이스가 떨어지면 2군 콜업을 통해 이를 메운다. 이대로라면 LG 불펜진은 어느 팀보다 유리하게 144경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달려나가려 한다. 외국인타자 한나한이 개막전에 나서지 못하고, 토종 에이스 류제국도 5월에 합류하지만, 개막전부터 승리를 쌓을 계획이다. 이러한 초반 러시의 중심에는 불펜진이 있다. 봉중근은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에 욕심이 있으시다. 4월에 상위권에 있다면 시즌 전체가 유리해진다고 보고 계신다. 선발투수들은 투구수를 관리하겠지만, 불펜투수들은 조금 힘들어도 잘 버텨달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다. 올해도 우리 불펜투수들은 자신이 있다. 시즌 초반부터 잘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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