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당시까지만 해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새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정우람(30, SK)이 무난한 적응기를 이어가며 SK 불펜의 희망봉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복잡한 SK 마운드의 가장 큰 위안이다.
정우람은 올 시즌 시범경기 3차례 등판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동안 4탈삼진 퍼펙트로 좋은 출발을 알린 정우람은 12일 마산 NC전에서 1이닝 무실점, 그리고 15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⅓이닝 동안 딱 한 번의 출루만을 허용했다. 총 투구수는 44개에 불과했다.
시범경기라 타자들이 좀 더 빠르게 승부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정우람의 컨디션도 아직 100%는 아니다. 서로 비슷한 조건인 것이다. 여기에 최근 피칭은 ‘물이 흐른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어깨에 힘을 뺐다. 대신 제구에 신경을 쓰며 타자의 방망이를 유인하고 있다. 대분의 아웃카운트가 삼진, 그리고 타이밍이 잘 맞지 않은 땅볼이었다. 정우람이 가장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까지만 해도 많이 맞았다. 4경기에 나갔는데 모두 1실점씩을 기록했다. 기분이 썩 좋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전장에 나섰던 역전의 베테랑은 여유가 있었다. 차분히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며 정규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정우람을 보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몸 상태는 좋다. 특별한 이상조짐도 없다. 정우람은 “컨디션은 좋은 상황이다”라고 자신했다. 다만 지금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지금은 2년의 군 복무 기간 중 사라진 실전감각을 다시 쌓아가는 중이다. 정우람은 “일단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이 어떻게 나오느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중한 탐색전에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스스로 뽑는 과제도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우람은 필승조다. 상대의 추격이 거세질 때 이를 잠재워야 한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등판해야 한다. 정우람도 “타자를 상대하는 부분은 적응이 됐는데 주자나 득점권과 같은 빡빡한 상황에서 조금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에 좀 더 적응해야 할 것 같다”라고 짚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너무 잘 던져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정우람은 정우람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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