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다. 다만 과정까지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큰 문제가 없다. 타격감이 떨어진 각 팀의 핵심 타자들도 시범경기 막바지에서 수확을 찾아야 한다.
대개 시범경기의 경우는 투수들의 컨디션이 타자들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자들은 아직 공이 눈에 익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15일까지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한 결과 KIA부터 NC까지 총 5개 팀은 팀 타율이 2할5푼 아래다. 2할2푼 아래인 팀도 4팀(한화·kt·롯데·NC)이나 된다. 반대로 팀 타율이 2할8푼을 넘는 팀은 삼성(.303)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팀의 주축 타자들은 더 그렇다. 신진급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뛸 시기다. 컨디션도 더 빨리 올라온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있는 주축 타자들은 자신의 주기에 맞춰 정규시즌을 대비한다. 설사 시범경기 초반 타격 성적이 저조했다고 하더라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다만 지금부터는 말이 달라진다. 정규시즌 개막에 맞추려면 서서히 감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넥센에서는 중심타선을 이루는 유한준(.077)과 스나이더(.125)의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공을 맞히고 있는 유한준에 비해 스나이더는 삼진이 4개나 된다. 다만 타격 주기를 관리하는 중이라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도 설득력이 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타자들이 워낙 좋은 감을 보여줬던 넥센이다. 차라리 지금 떨어지는 것이 낫다. 그 말은 이제 다시 올라올 때가 됐다는 이야기인데 시범경기 막바지 성적을 지켜봐야 한다.
NC는 전체적으로 팀 타율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인 테임즈는 타율이 1할8푼2리고 아직 장타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기량을 갖춘 선수라 관건은 살아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나성범이 점차 터널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KIA는 김주찬(.188)의 타율이 저조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맞히는 능력에서 이미 검증이 된 타자다. 역시 슬럼프를 빠져 나오는 시기가 주목받고 있다.

롯데는 황재균(.167) 최준석(.188) 등의 타격감이 아직 정상은 아니다. 시범경기 마지막으로 갈수록 주축 선수들이 많은 타석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는 SK도 비슷하다. 나란히 2·3번에 배치될 공산이 큰 김강민(.095)과 최정(.067)의 타율이 1할이 채 안 된다. 나주환은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김강민과 최정은 시범경기 때 항상 저조했던 선수들이며 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나주환은 아직 타격감이 정상은 아니다. 역시 시범경기 막판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은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는 중심타선에 위치할 김상현(.118)과 마르테(.154)의 타격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른 팀과는 달리 이들을 뒷받침할 자원이 많지 않다. 이런 타격감이 시즌 초반까지 간다면 중심타선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 아직 주축 타자들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한화는 최진행(.158)이 관심 선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3개의 병살타를 때리는 등 아직은 자신의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타력을 갖춘 선수인 만큼 한 방이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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