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오키나와 2차 캠프에 돌입하자마자 이틀 밤을 샜다.
염 감독은 지난달 25일 KIA와의 연습경기를 치르자마자부터 고민에 빠졌다. 5번 타순에 놓인 스나이더가 예상보다 삼진 개수가 많았다. 처음부터 정교함보다는 장타력에 강한 선수인 것을 알았기에 선수를 바꾸기보다는 가장 편하게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염 감독은 고심 끝에 'B 플랜'이었던 김민성 5번 카드를 생각보다 일찍 꺼냈다. 27일 KIA 연습경기부터 바로 김민성이 5번에 투입됐다. 스나이더는 이날 4회 추격의 스리런으로 힘을 발휘하며 염 감독의 고민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음을 증명했다.

더 놀라운 것은 김민성의 타격. 그는 오키나와 연습경기 6차례에서 타율 5할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이어 최근 시범경기에서 6경기 16타수 7안타 타율 4할3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2할7푼8리를 기록했던 스나이더는 시범경기 16타수 2안타로 아직 타격감을 올리지 못하는 모습.
염 감독은 최근 김민성의 5번 활용에 대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염 감독은 "(김)민성이는 2년 동안 충분히 능력을 키웠다. 그 능력에 중심타선이라는 책임감이 더해지면 민성이의 선수 가치가 확실히 올라갈 수 있다. 민성이에게도 그 점을 설명했고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이 김민성을 5번에 안심하고 놓은 것은 그의 컨택 능력 덕분이다. 염 감독은 "민성이가 삼진이 적다. 어찌 됐든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선수다. 쳐야 안타도 만들어지고 홈런도 만들어진다. 걸리는 일이 많은 (박)병호 뒤에는 삼진이 많은 스나이더보다는 찬스를 연결시킬 수 있는 민성이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염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고 있는 김민성은 오키나와에서 "5번과 6번 타순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타순보다는 주자 상황에 더 신경쓰는 편이다. 올해 목표는 빠르고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삼진은 줄고 타율은 높아질 것이다. 홈런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겨우내 고심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표를 밝혔다.
넥센의 5번은 2011년 박병호가 온 뒤로 지난해까지 강정호였다. 그 자리를 누군가가 단숨에 메우기엔 강정호의 임팩트가 너무나도 강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어떻게든 팀은 돌아간다"고 장담했다. 그 중 하나가 5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 키워가고 있는 김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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