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전설’이 되려는 배우 [인터뷰]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3.16 10: 08

 월등히 뛰어난 실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활약한 사람. 자신을 대표할만한 작품이 있고, 활동을 그만둔 후에도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 우리는 그런 이들을 ‘전설’이라 부른다.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종원은 이 같은 조건을 충분히 갖춘 배우다.
그는 1989년 데뷔 이후 약 26년 동안 여러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짝’, ‘젊은이의 양지’, ‘청춘의 덫’, ‘꼭지’ 등의 명작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빛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종원은 최근 뜨거운 관심과 사랑 속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도 MVP로 꼽힐만한 맹활약을 펼쳤다. 극중 마회장 일가의 운전기사 탁월한 역을 맡아 오현경(풍금)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드라마에서 웃음 포인트를 담당했다. 기존 이미지를 깨는 맛깔 나는 코믹 연기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덕분에 이 드라마는 전국기준 30.1%(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재미있게 봤다는 평 많아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설의 마녀’를 통해 목표치는 이뤘구나 싶어요. 이번 드라마에 들어가면서 세운 목표는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내자는 거였거든요. 사실 앞서 몇 차례 코믹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있었어요. ‘주군의 태양’에서도 그렇고, 영화 ‘최후의 만찬’에서도 전라도 건달 역을 코믹하게 표현했죠. 이제야 제가 코믹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각인된 것 같아요.”
 
코믹연기라니. 그걸 마치 맞춤복처럼 완벽하게 소화해 내다니.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종원이 90년대를 주름잡은 청춘스타임을. 1989년도 한 스포츠웨어의 CF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후 드라마 ‘사랑은 블루’,  ‘짝’, ‘젊은이의 양지’ 등에 출연하며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배우로서 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 중. 그런데 이종원은 자신이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젊은이의 양지’ 당시 캐스팅 비화를 털어놨다. 놀랍고 흥미롭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사실 ‘젊은이의 양지’에 처음 섭외됐을 때 배용준 씨가 연기한 석주 역할을 맡았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리복 CF에 출연하면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잖아요. 광고 이미지가 강했었고, 변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임팩트 있는 악역을 해야겠다 싶어 요청했고, 악역인 인범 역을 하게 됐어요.”
여기서 부터가 시작일까. 그는 작품을 선정할 때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를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
“섭외가 들어왔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에요. 저의 작품 선정 기준이죠. 물론 중심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내가 맡은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내가 잘 소화할 수 있겠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그리고 매번 다르게 표현하려고 연구하고 노력하죠.” 
굵직한 주연부터 감초 같은 조연까지. 그는 주연 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사실 그가 쓰고 있는 전설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도 꽤나 포함 돼 있다. 주목받는 주연배우가 차기작에서 조연을 맡아 연기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 이종원은 “왜 이 작품에서는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전설 같은 한 마디를 남겼다.
“저는 주인공이 아니라 배우이고, 연기자 입니다. 다른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연기하려고 연기하는 겁니다.”
joonaman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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