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는 축구선수들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이곳의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선수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의 무게를 얹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책임과 영광을 동시에 짊어지게 됐다는 것을 실감한다. 90분의 숨막히는 승부는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도 항상 치열한 주전경쟁이 펼쳐지는 곳,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의 공간이 곧 NFC다.
하지만 16일, 2016 AFC U-23 챔피언십 1차 예선을 앞두고 파주 NFC에 소집된 21명의 올림픽 축구대표팀 전사들 사이에는 옅은 긴장감과 함께 개구진 미소가 함께 떠올라있었다. 1차 예선에서 맞닥뜨릴 상대들이 한 수 아래로 손꼽히는 약체팀들이라서일까? 아니면 37명이 함께 정문을 들어서던 지난주와 달리 선발의 기쁨을 만끽한 '생존자들'이기 때문일까?
정답은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건 마법에 있었다. 지난주 소집된 선수들은 신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질적인 훈련은 코치들과 함께 했다. 사실상 본격적으로 신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본격적인 훈련에 임하는 것은 16일이 시작인 셈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소집 때 선수들의 마음에 신 감독이 불어넣은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소집을 위해 파주 NFC에 들어서는 선수들과 나눈 짧은 대화에는 신 감독의 축구 철학이 뚝뚝 묻어났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분위기가 밝아졌다. 가족처럼 친근하게 스킨십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신다"며 신 감독과 함께한 지난주 훈련을 회상했다. "훈련하면서도 시끄럽게 굴라고 하셨다. 재미있게 떠들라고 하셨고,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지에서 합류하는 류승우(22, 브라운슈바이크)와 구성윤(21, 콘사도레 삿포로)을 제외한 21명은 이날 신 감독과 함께 둥글게 모여섰다. "스타벅스 가서 커피 마시면서 조용히 있어? 안 그러잖아. 떠들고 이야기하잖아." 신 감독이 던진 말에 선수들 얼굴에는 새삼 웃음꽃이 피었다.
"창의력보다 틀에 박힌 축구에 익숙해져있다. 어차피 외국 선수들은 우리나라 말 모르지 않나. 부분 전술 연습을 많이 안해도 이렇게 훈련 때부터 말을 많이 하면 몸에 배이게 되어있다"고 이야기한 신 감독은 "서로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고 편하게 지내는 분위기를 만들어놓아야 한다"며 '즐거운 축구' '시끄러운 축구'가 추구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과연, 긴장과 부담을 덜어내고 보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만들어질 신태용의 '즐거운 축구'가 2016 리우올림픽을 향한 마법이 될 수 있을까. 2016 AFC U-23 챔피언십 1차 예선에서 신태용이 건 마법의 첫 번째 결실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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