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엿보기] '출항 준비' 신태용호, 훈련도 스타벅스처럼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3.16 16: 50

"나 장님 아니야!"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이 번득였다. 운동장 사이사이 꽂힌 폴대를 오가며 S자로 전력질주하던 선수들이 신 감독의 말에 일순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폴대를 제거하고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진 사이, 땀에 흠뻑 젖은 선수들은 시원한 음료수를 꿀꺽꿀꺽 들이키며 거침없이 서로 대화를 나눴다. 신 감독이 말한 대로 대표팀의 분위기는 조금씩 시끌시끌해지고 있었다.
2016 AFC U-23 챔피언십 1차 예선 참가를 위해 선발된 올림픽(U-22) 대표팀은 16일 경기도 파주의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 입소, 최종 훈련에 돌입했다. 37명의 선발 명단에서 23명으로 줄어든 1차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생존자'들은 오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하기 전까지 파주 NFC에서 담금질에 들어간다.

1차 예선 상대는 한 수 아래로 손꼽히는 브루나이, 동티모르, 그리고 인도네시아다. 홈 어드밴티지의 우려가 있는 인도네시아전을 제외하면 모두 대승이 예상되는 약팀들. 하지만 선수들은 방심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눈을 빛냈다. 주장 후보 1순위 연제민(22, 수원)은 "방심하지 않고 첫 경기에 승리해 그 다음 경기도 계속 이겨나가야 한다"고 결의를 보였고 권창훈(21. 수원) 역시 "이야기만 들었지 아직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한다. 중요한 대회다"라며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훈련 시작 후 둥그렇게 모여 머리를 맞댄 선수들 사이에서는 희미한 긴장감의 냄새가 풍겼다. 그러나 신 감독은 한 마디로 선수들의 굳어진 어깨를 풀었다. "스타벅스 가서 커피 마시면서 조용히 있어? 안 그러잖아. 떠들고 이야기하잖아." 창의력을 키우고 플레이를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게 하기 위해 '시끄럽게 떠들라'고 주문한 신 감독의 한 마디는 훈련 내내 조금씩 선수들 사이로 녹아들어갔다.
워밍업으로 몸을 풀고 S자 달리기, 패스 연습 등을 실시한 신태용호의 훈련에서 두드러진 것은 스스럼 없이 선수들에게 말을 거는 신 감독의 모습이었다. 신 감독은 패스 연습을 하는 선수들의 사이로 섞여들어 디딤발의 위치와 즉각적인 대응으로 뿌려내는 패스의 중요성을 설명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관찰하며 머리스타일을 보고도 "개성적인 것이 좋다"고 추임새를 넣어 분위기를 풀었다.
지시받은 대로 묵묵히 공만 차는 것에 익숙했던 선수들은 신 감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씩 서로에게 말을 거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차피 외국 선수들은 우리나라 말을 모른다. 경기 중에도 서로 의견 교환을 많이 하고 이쪽이다, 저쪽이다 소리칠 수 있어야한다. 지금부터 몸에 배이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실전에서도 못 한다"는 신 감독의 지론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27일 열리는 브루나이와의 1차전 경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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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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