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입방아] ‘징비록’, 별명이 NHK 사극이라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3.19 09: 43

 사극과 고증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좋은 사극에는 좋은 고증이 따른다. 아무리 시청자들이 호평하는 사극이라도, 고증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을 받고 ‘옥의 티’를 만들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KBS 1TV ‘불멸의 이순신’도, ‘정도전’도 고증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최근 KBS1TV 대하드라마 ‘징비록’은 흥미로운 별명을 하나 갖게 됐다. ‘NHK 사극’이라는 수식어다. 얼핏, 임진왜란 당시를 주요 배경으로 끼고 있는 이 드라마에 일본 방송국의 이름이 붙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NHK 사극’이라는 말은 칭찬에 가깝다. 이는 ‘징비록’의 고증, 특히 일본 쪽 인물들의 의상과 배경이 실감나게 제작됐기 때문이다.
‘징비록’과 같은 시대를 그렸던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 흥미로운 내용과 주인공의 명품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고증의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인기가 있었던 만큼 자주 오류가 지적돼 옥의 티를 남겼었다.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했다. 대표적 예로 MBC ‘기황후’의 경우에는 시대적 배경 상 변발을 해야 했던 주인공들의 머리 모양, 엉뚱한 데 사용된 문양과 건축 양식 등이 지적을 당하며 역사 왜곡 논란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징비록’이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의 의상과 건축양식 등을 비교적 잘 재현하고 있는 이유는 실제 NHK 사극 세트와 의상을 참고하며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징비록’은 NHK의 자회사의 협조를 받아 당시 시대에 맞는 일본군의 조총과 갑옷, 오사카성의 후원과 대전 세트 등을 제작했다. 여전히 지적되는 오류들이 있지만,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고 있다. 특히 일본군의 갑옷과 조총 사용법 등의 묘사는 거의 실제와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불멸의 이순신’ 때보다 훨씬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징비록’이 일본군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드라마 속 일본군의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본군을 단순히 무자비하고 악랄한 적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개성을 부각한다. 이는 만만치 않은 적의 공격 앞에 놓인 조선의 상황을 더 실감나게 그려낼 뿐 아니라 주인공 류성룡의 정신과 의로운 면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정도전’에서도 주인공 정도전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성계, 이인임 등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과의 갈등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할 때 이 같은 접근법은 나쁘지 않다.
반면 이 드라마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묘사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다. 특히 다수의 사극에서 원성을 들었던 일명 ‘포졸복’에 비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포졸복’은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사들의 복장으로, 실제 조선군은 ‘포졸복’이 아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갑옷을 입고 전쟁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이 ‘포졸복’ 장면은 방송 초반 예고편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사극에서 100% 완벽한 고증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성의를 보인만큼 드라마의 '그럴듯함'은 살아나고, 시청자들의 몰입 역시 높아진다. ‘징비록’이 그간 사극의 고질병처럼 여겨졌던 고증 오류의 불명예를 한층 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징비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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