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⑥] V-리그 남자부 감독들의 엇갈린 운명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3.17 13: 01

프로스포츠에서 팀 성적은 감독들의 운명과 직결된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전통의 강호들이 몰락하고 신흥 세력들이 생긴 만큼 감독들의 희비도 더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굳건하다.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29승 7패, 승점 84점으로 다른 팀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세트 득실율(2.310)이 다른 팀과 비교 불가다. 2위인 OK저축은행(1.527)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경기 내용부터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세진 감독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기 중에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 감독은 기량이 빠르게 성장해 나갈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기대보다 좋은 정규시즌 성적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은 25승 11패, 승점 71점으로 2위에 올라 3위 한국전력보다 일찍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신영철 감독도 한국전력에서 맞이한 두 번째 시즌에 성과를 냈다. 한국전력은 23승 13패, 승점 65점으로 3위에 올랐고, 4위 대한항공을 크게 따돌려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신 감독의 경우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차 팀을 개선시켜 나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막판에 상승세를 탔기에 OK저축은행과의 승부도 많은 기대를 낳고 있다.
18승 18패, 승점 55점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계약이 만료되는데, 구단의 선택이 관심사다. 현대캐피탈도 15승 21패, 승점 52점으로 5위에 그쳐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하게 됐다. 시즌 중에는 안남수 단장을 경질하기도 했고, 김호철 감독의 입지도 흔들렸다. 안 전 단장과 좋은 궁합을 보이며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던 김 감독의 거취를 두고 현대캐피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지켜볼 일이다.
문용관 감독은 LIG손해보험에서 두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13승 23패, 승점 36점에 그친 LIG손해보험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씻어내지 못했다. 2012~2013 시즌 도중 이경석 감독이 경질된 뒤 조세 감독대행이 잠시 팀을 맡았고, 문 감독 뒤에 강성형 감독대행이 팀을 추슬렀으니 최근 세 시즌 동안에만 대행 포함 네 명의 감독이 있었던 셈이다.
일찌감치 최하위로 처진 우리카드 역시 강만수 감독-양진웅 감독대행 체제를 이을 새 감독이 필요하다. 현재 인력 풀이 그리 풍족하지는 않다. 2012~2013 시즌 종료 후 대한항공이 김종민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에 앉혔고, LIG손해보험이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던 문용관 감독을 선임한 것은 그만큼 검증된 지도자를 찾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2년간 정식 감독 경력을 처음 시작한 인물은 김세진 감독이 유일하다.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가 네이밍 스폰서 형태가 아닌 창단으로 처음 리그에 참여한 2013~2014 시즌엔 감독대행이 생기지 않았다. 7개 팀의 감독 7명이 모두 시즌을 완주했고, 올해 역시 같은 7명의 인물들이 팀을 지휘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정규시즌이 끝난 현재 7명 중 2명은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남은 5명 중에서도 일부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리그 전체 판도만큼이나 감독들의 운명도 극명하게 대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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