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V-리그 남녀부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삼성화재와 도로공사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다.
두 팀 모두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이번 시즌에도 함께했다. 결과는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레오(삼성화재)는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후 2경기에 결장했지만 34경기에서 1282득점으로 2위 시몬(OK저축은행, 1043득점)에 크게 앞섰다. 무지막지한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공격 종합(56.89%) 2위에 오른 것은 레오의 힘이다. 또한 세트 당 평균 0.554개의 서브 득점으로 이 부문에서도 2위에 랭크됐다. 레오 없이는 삼성화재의 정규시즌 우승도 없었다.
니콜(도로공사)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니콜 역시 2경기에 빠져 28경기에서 896득점으로 이 부문 3위인데, 2경기 모두 출장했다면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공격 종합 역시 42.12%로 3위였다. 그리고 블로킹(세트 당 0.524개)과 서브(세트 당 0.267개)도 각각 6위, 10위로 상위권이었다. 다재다능해 트리플크라운 단골손님이기도 한 니콜은 V-리그에서 3번째 시즌이자 마지막이 될 시즌에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정규시즌은 이들에 대한 새 얼굴들의 도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부를 예로 들면 레오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검증된 아가메즈(시즌 중 케빈으로 교체), 산체스와 각각 재계약했으나 이번에도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OK저축은행은 세계 최고 센터라는 시몬을 데려와 라이트로 돌려놓았으나 전원 시스템 배구를 추구한 가운데 힘을 극대화한 삼성화재의 레오를 꺾기는 어려웠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검증된 선수들은 비교적 제 몫을 다했다. 무릎 부상으로 퇴출당한 아가메즈를 제외하면 산체스와 에드가(LIG손해보험)는 팀이 몰락한 가운데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여자부에서도 V-리그 경험이 있는 데스티니(IBK기업은행)와 조이스(KGC인삼공사)는 각 팀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쎄라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원인이 됐다. 팀은 부진을 거듭하던 쎄라를 내치고 에커맨을 수혈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신입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없지는 않았다. 시몬 돌풍은 시즌 초반 단연 화제였다. 팀을 2위로 이끈 시몬은 1043득점으로 이 부문 2위, 공격 종합에서 55.38%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기를 살려 블로킹(세트 당 0.742) 2위로 위용을 과시했고, 대포알 같은 서브(세트 당 0.568)는 타이틀 홀더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외에 쥬리치(한국전력)는 점차 팀원들과 하나가 되며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카드가 뽑은 까메호와 다비드는 모두 함량 미달이었고, 아가메즈 대신 온 케빈도 입지를 굳히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났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의 부활에 앞장선 폴리가 가장 돋보인 새 얼굴이었다. 30경기 모두 뛴 폴리는 982득점, 공격 성공률 45.77%, 세트 당 서브 득점 0.629개로 득점, 공격 종합, 서브 부문을 석권했다. 반면 루크(흥국생명)의 파괴력은 지속적이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도 남자부 외국인 선수 화두는 ‘레오 독주 저지’다. 반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2015~2016 시즌부터 도입키로 한 여자부는 완전히 새 판을 짠다. 정든 선수들과는 이별하는 동시에 6개 팀 모두 젊은 외국인 선수를 코트에 내보낸다. 이에 따라 리그 전체 판도도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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