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었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시즌이 됐다. V-리그가 또 한 번의 정규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남자부에서는 상위권의 터주대감들이 무너졌다. 여자부에서는 지난해 챔피언이 미끄러졌다. 순위표가 요동친 한 시즌이었다.
2014-2015 NH농협 V-리그 정규시즌 순위표는 시즌 전 프리뷰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로 최종 순위의 잉크가 말랐다. 특히 ‘전통강호의 추락, 만년 하위권의 비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남자부는 팬들에게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안겨줬다. 여자부에서도 원년 이후 단 한 번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도로공사가 맨 꼭대기에 섰고 최근 몇 년간 우승경력이 있는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가 하위권으로 처졌다.
‘3강 체제’가 공고했던 남자부는 순위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원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역사가 단 한 번도 없었던 배구명가 현대캐피탈이 5위까지 처졌다. 김호철 감독이 재부임한 뒤 ‘올해는 삼성화재의 아성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산산조각났다.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렸던 대한항공 또한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씁쓸한 한해를 보냈다. 오직 삼성화재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 한 시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국내 선수들의 면면이 좋은 한국전력, OK저축은행의 돌풍은 예고된 바였다. 더 흥미로운 순위 싸움을 점치는 시각은 시즌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두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교체, 그리고 새 외국인 선수 케빈의 모자란 기량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문성민이 고군분투했지만 전체적인 조직력이 헐거웠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는다.
대한항공도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 부분이 많지 않았지만 OK저축은행, 한국전력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김학민의 복귀도 대한항공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반면 젊은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던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은 시몬과 쥬리치라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전력의 정점을 찍으며 2·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두 팀은 오는 21일부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격돌한다.
여자부에서는 전 시즌 우승팀인 GS칼텍스가 5위로 미끄러졌다. 역시 외국인 선수 문제가 도드라졌고 국내 선수들도 한 단계 성장하지 못하며 비운을 맛봤다. 반면 이효희 정대영 장소연 등 ‘베테랑 언니’들이 주축이 된 도로공사는 탄탄한 조직력과 외국인 선수 니콜의 걸출한 파괴력을 앞세워 정규시즌 우승까지 내달렸다. 마지막까지 도로공사와 경쟁했던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이 포스트시즌행을 결정지은 가운데 흥국생명도 박미희 감독 체제에서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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