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가인에게는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대중이, 팬들이, 특히 여성들이.
가인의 네 번째 미니앨범 '하와(Hawwah)'가 지난 12일 공개돼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더블 타이틀곡을 선정, '애플(Apple)'과 '파라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 두 곡으로 활동 중이다. 두 곡의 느낌이 전혀 상반돼 가인의 비교적 넓은 음악-퍼포먼스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가인은 일명 '여덕'이 강한 가수다. 특유의 섹시미는 남성들의 마음도 물론 흔들지만, 여성들에게 가인은 좀 더 다른 의미의 섹시 아이콘인 듯 하다.
보기 민망한 안무가 판 치고 모델 뺨치는 '쭉쭉 빵빵' 몸매들이 어느 덧 피로해지는 무대 위에서 가인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행위 예술 같은 퍼포먼스는 차원 다른 농염함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 역시 선정성과 파격 사이에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가인에게는 야한 것도 야하지 않게 느껴지는 나이를 뛰어넘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이다.
가인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조권(2AM)과 '아담커플'로 불렸듯, 일상 생활 속에 있다면 마냥 아이같아, 소녀같아 보이는 순수하고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180도 달라지는 파란 머리의 그는, 바닥을 뱀처럼 탐닉한다. 물론 작은 여자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지만, 그 폭발적인 에너지가 그 작은 몸집에서 나온다는 것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그의 무대는 더욱 눈길이 간다. 몸에 밀착되는 전신 시스루 스타킹이나 엉덩이의 볼륨을 강조하는 빨간 핫팬츠는 이제 막 성에 눈 뜬 순수한 소녀가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장난을 치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지점에서 순간 소름끼치는 섹시함이 있다. 요즘 무대 위에서 걸그룹들이 작정하고 '덤비는 것'과는 다른 드라마다.
더불어 가인의 노래에는 권위적인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저항의 메시지가 있다. 가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신이 단순히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닌, '창조됐다'고 믿는 능동적인 여성이다.
이번 앨범에서 성경의 인물인 하와를 '태초의 유혹의 여인', '신성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가진 양면의 여인', '규범(신의 말씀)을 깨는 저항적이고 능동적인 여인',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유 의지의 여인'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듯, 가인의 몸짓에는 남성적인 사회에서 도발을 꿈꾸는 반항의 메시지가 있다.
이렇듯 '해석'의 장을 마련하는 무대, 젊은 여성 솔로 뮤지션으로 가인은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의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대표적인 가수다. 음원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주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0월 발표된 '피어나'는 발표 3년만에 조회수 1천만 뷰를 돌파했다. 또 지난해 발표곡 ‘Fxxk U’도 600만뷰를 넘어섰다.
사실 가인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가인을 보고 미친듯이 섹시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시큰둥한 반응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남성을 넘어 여성도 마찬가지. 한 마디로 취향을 탄다. 하지만 그런 우려나 두려움을 이긴 시도가 천편일률적인 가요계를 막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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