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캐릭터 몰입? ‘뽀로로’ 보다 울었다”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19 09: 42

배우 김성균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와 ‘이웃사람’(2012)에선 관객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악역이었다. 비릿한 웃음을 짓던 그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선 순진한 대학생 삼천포 역을 맡았을 때 다들 의아해했지만, 드라마 끝날 때 대중들은 김성균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제작 미인픽쳐스)는 김성균의 두 얼굴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그가 맡은 승현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아내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알콩달콩 주고 받는 모습에서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가 연상된다. 하지만 아내를 연쇄살인마 강천(박성웅)에게 빼앗긴 이후에는 날로 피폐해진다. 승현의 극적인 변화는 '살인의뢰'를 지켜보는 즐거움이자, 배우 김성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균에겐 첫 피해자 캐릭터였다. 피해자의 위치에 선 그는 수많은 생각에 빠졌다. “가해자들은 과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뉘우치고 반성을 할까, 그들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일이 타당한 일인가” 등을 고민했다. 예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들이었다. “그동안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뇌구조를 이해하고자 노력했을 뿐, 피해자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진 않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살인의뢰’는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으나, 비극적인 사건 이후 황폐한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연쇄살인마 강천에게 아내를 잃은 승현이 이후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듯, 여동생을 잃은 형사 태수(김상경) 역시 웃음기를 거두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더불어 사실상 실행되지 않고 있는 사형제도나 사적 복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성균은 “‘살인의뢰’를 통해 다양한 논의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캐릭터처럼 김성균도 심적으로 내몰렸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을 묻자 “매 순간”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모산에서의 엔딩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였다. 스스로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괴로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신이라 긴박하게 촬영해야 해서 그랬던 것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캐릭터의 인생을 더불어 산다. 극단적인 캐릭터에 빠져들어 자신 또한 황폐한 삶을 살기도 하고, 로맨스 영화를 촬영하다가 상대 배우와 진짜 사랑을 하기도 한다. 김성균 역시 승현에 몰입했다. 실제 삶과의 괴리는 물론 컸다. 승현은 아내를 한순간에 떠나보내지만, 김성균은 오는 8월 세 아이의 아빠가 되는 기쁨을 맞본다. “‘내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이란 몹쓸 상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데 불쑥불쑥 승현의 감정들이 생각났다. 영화는 가상이지만, 연기를 하면서 유사한 감정을 겪은 것이지 않나.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흘렀다. 예전 ‘이웃사람’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찍은 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혼자 집에 있는데 섬뜩하더라. 역할에 깊이 몰입을 해 힘들었다고 말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나도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동안 복수를 위해 180도 변모하는 캐릭터들은 많았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저씨’(2011)의 원빈이 있다. 김성균은 인간적인 면모를 차별성으로 꼽았다. 김성균은 “복수를 행하는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서 굉장히 강인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승현은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절하는 순간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승현은 전직 요원도 아니고, 파이터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의 복수라는 점이 차이점 같다”고 강조했다.
승현의 대척점에는 살인마 강천이 있다. 박성웅은 미묘한 광기와 육체적인 건장함을 더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잔인한 악행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저지른다. 동정심이나 자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다 할 범행의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는 강천은 악의 결정체다. 스릴러 영화에 따라 붙는 모방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성균은 종전과 다른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그것이 어쩌면 ‘살인의뢰’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박)성웅 형은 멋있지만, 현실은 상상보다 더 끔찍한 것 같다. 상상력은 현실을 못 따라 간다.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도 있지만, 상상으로 만든 영화보다 현실이 더 빠르고 끔찍하다. ”
jay@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